잉글랜드 현지 매체 '스포츠몰'은 28일(한국시간) “손흥민은 다음 시즌 선발로 자주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벤치에 앉은 손흥민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충격적이지만 현실적인 평가다. 새로운 감독의 부임과 함께 손흥민의 입지는 분명히 바뀌었다.
실제로 손흥민은 최근 토트넘에 복귀해 신임 토마스 프랭크 감독과 면담을 가졌다.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정말 훌륭한 선수다. 그가 이 팀에서 남긴 업적은 놀라울 정도”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칭찬은 칭찬일 뿐. 프랭크는 덧붙였다. “손흥민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선발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는 말.
결국 손흥민의 미래는 '슈퍼 서브'로 기울어가고 있다. 프랭크 감독의 구상은 간단하다. 팀 내 젊은 피들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전방을 구성하고, 경험 많은 손흥민은 후반 조커 혹은 로테이션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그림이다. 브렌트포드 시절부터 젊은 선수 육성과 빠른 템포를 중시하던 프랭크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동시에 “예전만큼 박스 안에서 위협적이진 않지만, 창의적인 패스 능력은 한층 발전했다”며 지난 시즌 리그 0.38 어시스트/90분 기록을 언급했다. 이는 손흥민 커리어 최고 수치다.
이제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기대하는 건 골잡이가 아닌 ‘멘토’다. 팀을 이끌고,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를 빛내주는 리더. 주장으로서 라커룸 분위기를 다잡고, 경기장에서는 결정적 순간 패스를 찔러주는 조력자 역할이다.
쉽게 말해,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에서 ‘후배 양성 담당’으로의 전환이다. 물론 받아들이기 쉬운 변화는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도 17골을 넣으며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결정력은 건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을 더 이상 공격의 1옵션으로 보지 않는다. 그의 전술에서 손흥민은 핵심이 아니라, 보완이다.
프랭크는 분명히 말했다. “손흥민은 좋은 마인드를 가졌고, 훈련도 열심히 한다. 선수들을 독려하는 리더십이 훌륭하다.” 그러나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말은 곧 경기장에서의 영향력보다 팀 분위기에서의 역할을 더 기대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손흥민의 자존심은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북런던의 왕’이라 불렸던 그가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벤치에 앉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 과연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이전까지는 없던 딜레마다. 주전은 보장되지 않지만, 토트넘은 손흥민의 상징성과 경험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를 벤치에 두더라도, 그 이름값과 영향력은 분명 팀의 자산이다.
결국 선택은 손흥민 본인의 몫이다. 토트넘에서 은퇴를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대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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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환([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