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실력도, 시스템도, 행정도 이제는 심판까지. 일본 축구의 ‘글로벌 전략’이 또 한 발 앞서 나갔다.
독일축구연맹(DFB)은 28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올 8월, 일본 출신 심판들이 독일 3. 리가(3부리그) 및 바이에른 레기오날리가(4부리그) 일부 경기를 담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초청이 아니다. 아예 독일축구협회와 일본축구협회(JFA)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상호 교류 프로그램을 체계화한 결과다.
해당 프로젝트에 따라 독일로 향한 일본 심판은 총 3명. FIFA 국제 주심 자격을 보유한 오하시 유스케, 나가미네 코키에 심판 강사 이타루 히로세까지 포함됐다. 이들은 이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DFB의 여름 훈련 캠프에 합류한 상태다. 프리시즌 체계 아래 독일 심판단과 함께 훈련하고, 정식 리그 경기까지 배정받는다. 이들이 소화할 경기는 총 8경기. 단순한 견학 수준이 아니라 실전 무대에 뛰어든다.
DFB는 “이번 교류는 단순한 경기 실습을 넘어, 유럽 심판 운영 시스템과 VAR 체계, 트레이닝 및 평가 기준 등을 직접 보고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심판단은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프란츠 베켄바워 슈퍼컵 참관은 물론, DFB 캠퍼스, 쾰른 VAR센터까지 전방위적으로 독일 축구의 시스템을 체험한다.
놀라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DFB와 JFA는 이미 2011년부터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2022년부터는 심판 교류로 그 영역이 확대됐다. 독일은 지도자를 일본에 파견했고, 일본 지도자들은 독일에서 연수를 받았다. 대표팀의 전지훈련도 독일에서 수차례 이뤄졌다. 이 정도면 사실상 공동 운영 수준이다.
아시아에서 늘 일본과 비교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던 한국 축구지만 최근에는 실력이나 행정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특히 심판 행정에서는 비교 자체가 민망할 지경이다. 한국은 아직도 K리그 VAR 판독조차 지역마다 온도 차가 있고, 일관된 기준조차 정립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소년 대회 심판 배정도 인력난에 허덕이며, 매년 시즌마다 심판 판정 논란이 반복된다. 국제 대회 경험을 쌓을 기회도 제한적이다. 반면 일본은 FIFA 월드컵, 클럽 월드컵, 아시안컵 등 굵직한 대회마다 국제 심판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이번 독일 진출은 ‘능력 있는 심판’이 아닌 ‘시스템으로 키운 심판’이 해외에 나가는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시스템과 비전이 만들어낸 결과다. DFB 크누트 키르허 총괄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교류가 아닌 양국 심판에게 실질적인 자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일본 심판의 수준과 운영 방식에 대해 존중과 기대를 보낸다. 일본은 '어떻게 하면 글로벌 축구에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또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경기장에서는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심판과 관중의 갈등은 계속된다. 비난은 있지만 변화는 없다. 이미 심판 행정에서 큰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월드컵 우승을 노래하는 일본은 이미 2030년을 향해 뛰고 있다. 일본 축구의 ‘전방위 글로벌화’에 한국은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