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10년 전 여름, 안동역에서 울려 퍼진 약속이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부활 가능성까지 불러오고 있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다큐 3일' 영상은 지난 2015년 여름 방영됐다. 당시 제작진은 내일로 기차 여행을 다니는 전국의 청춘들을 만났는데 마지막 촬영 쯤 안동역에서 여대생 두 명을 만났다. 이들은 10년 뒤 다시 여행을 가자고 했고 제작진에게도 “다큐멘터리 꼭 찍으세요, 10년 후에도요”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그때도 이 일을 하고 있을까요?”라며 웃었고, 이들은 “그럼 2025년 8월 15일, 여기서 만나요”라고 즉석에서 약속했다. 세 사람은 손가락까지 걸며 10년 뒤 만남을 약속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25년이 됐다.
10년 전의 그 약속은 최근 SNS를 통해 확산됐고, 쿠팡·알바몬·코레일유통 등 기업 계정들도 이 ‘청춘의 약속’에 동참했다. KBS 공식 유튜브는 ‘2025년 8월 15일 7시 48분, 안동역에서 10년 전 청춘의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장면을 재편집해 공개하며 감동을 되살렸다.
촬영 감독 역시 “열차가 떠난 뒤 아홉 번의 여름을 지나 열 번째 그날이 오고 있다”는 SNS 멘트로 기대감을 더했다. 다만 약속의 무대였던 구 안동역은 2020년 송현동으로 이전됐고, 현재는 복합문화예술공간 ‘모디684’로 탈바꿈한 상태. 최근 철거 논란까지 제기되며 약속 장소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사진]OSEN DB.
무엇보다 이 영상은 2022년 3월 폐지된 다큐멘터리 3일의 부활을 촉구하는 여론으로까지 이어졌다. 2007년 첫 방송을 시작해 15년간 전국 곳곳을 기록해온 ‘다큐 3일’은 코로나19로 인한 제작 한계와 시청률 저하로 아쉽게 막을 내렸다.
당시 조정훈 KBS 제작1본부 시사교양2국 1CP는 "'다큐멘터리 3일'은 제작진 스스로에게도 사람과 장소와 시대 모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나갈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학교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15년 동안 만난 시민들의 표정과 말씀들이 제작자들의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폐지 반대 청원에 답변을 남겼다.
그리고는 "찰나의 만남이있지만 방송 후에도 계속된 소통 속에서 주인공들의 취업과 결혼, 이주 등 삶의 여정을 함께 나눈 적도 많다. 때로는 가슴 아픈 이별을 겪었고 그 슬픔을 가족들과 함께 나눠야 했다. '다큐멘터리 3일'의 카메라 앞에 서 주신 모든 주인공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한 바 있다.
10년 전의 인연이 또 다른 이야기의 첫 장면이 될 수 있을지. 오는 8월 15일, 안동역을 향한 시선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