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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현장에서] 길 위의 삶, 셸터 그 후를 도와야

Los Angeles

2025.07.2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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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학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

김재학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

지난 7월, LA 카운티와 시 당국은 2025년 노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을 알렸다.
 
LA시 노숙자 수는 전년 대비 4% 감소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고, 특히 텐트, 차량, 밴 등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전년 대비 13.5%나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캐런 배스 시장은 영구 주택 입주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오랜 시간 LA 지역 사회의 고질적 과제였던 노숙자 문제 해결에 청신호가 켜졌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비단 정부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지역 사회와 다양한 비영리단체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이며, 그 중심에는 굿네이버스와 같은 시민사회 조직의 역할이 있었다.
 
굿네이버스 USA는 LA 지역에서 여성과 아동을 위한 가정폭력 피해자 셸터를 운영하며, 가정폭력으로 인해 갈 곳 없었던 이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해왔다. 인종과 국적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지원은 물론, 단순히 긴급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자립을 도왔다. 또 심리 상담, 법률 지원, 직업 훈련, 자녀 교육 지원 등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들이 정서적, 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최근 몇 년간 굿네이버스 셸터를 통해 성공적으로 자립한 가정이 꾸준히 늘어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았다. 특히 LA 카운티 내 이민자 사회는 언어 장벽과 정보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정폭력 피해를 신고하거나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임시 거처를 넘어 영구 주택으로의 안정적인 연계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완전한 자립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원 시스템이 절실했다.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삶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돕는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굿네이버스와 같은 비영리단체는 정부 정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셸터와 같은 시설 운영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를 넘어, 지역 사회의 건강성과 안전망을 지키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했다.  
 
최근 LA 시와 카운티 정부가 주거 정책을 강화하며 노숙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가 다양한 인종과 커뮤니티에 고르게 미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더욱 긴밀해져야 했다. 정부의 자원과 비영리단체의 현장 경험이 결합할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굿네이버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가정폭력 지원 셸터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LA 지역을 넘어 오렌지 카운티 등 남가주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피해자 지원을 단순한 긴급 구조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일자리 연계, 정신 건강 서비스, 장기 임대 주택 연결까지 포함하는 종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진정한 자립을 돕겠다는 포부다. 이는 피해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자립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굿네이버스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LA 노숙자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긍정적인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 많은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굿네이버스 역시 그 길에 동참하며, 모든 커뮤니티와 이웃들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재학 / 굿네이버스 USA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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