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지진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결국 대법원으로 넘어간 가운데 포항시가 ‘판결 뒤집기’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12일 대구고법은 지진 피해 포항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포항 지진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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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패소 후 변호인단 강화 나서
소송을 주도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은 항소심 패소 이후 상고장을 대법원에 제출, 지난 6월 11일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됐다. 그로부터 약 50일이 지난 시점 포항시는 포항시민 전체 인구와 맞먹는 약 49만여 명이 소송에 참여해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법관 출신 김창석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했다. 상고심 승소를 위해 기존 변호인단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지난 8일 개최된 ‘포항시 공익소송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됐다. 포항시가 변호사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최근 제정된 ‘포항시 공익소송비용에 관한 조례’의 첫 적용 사례다.
김 변호사는 법관 시절 행정·민사 분야에서 폭넓은 식견과 공정한 판단으로 신뢰를 받아온 인물이다. 2018년 대법관 퇴임 이후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법무법인 로고스의 대표변호사로 다양한 공공사건과 사회 현안 대응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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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 기대
이번 상고심에서는 기존 소송대리인인 포항지진 공동소송단(대표 공봉학 변호사)과의 협업은 물론 전문가 자문위원단과 함께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해 사실관계와 법리 양 측면에서 균형 잡힌 대응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포항시는 대법원 심리의 특성상 법리 중심의 고도의 대응이 요구되는 점을 감안해 법조계 최고 수준의 경력을 갖춘 대법관 출신 김 변호사의 참여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포항시는 상고심을 앞두고 공동소송단과 지역 변호사회 간담회, 법률·지질 전문가 자문회의, 대시민 토론회 등을 통해 대응 논리 개발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진행해 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대응은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니라 시민의 정당한 권리 회복과 정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포항시는 상고심이 정의로운 판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시와 함께 지역 시민단체 역시 상고심에서 판결을 뒤집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항소심 판결까지 나온 민사1부 재판과 별개로 대구고법 민사3부에서 포항시민 1만7000여 명이 정부와 포스코 등 기관·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심리가 진행 중인데, 민사3부 재판 법정에서 나온 정부측 과실 증거들을 3심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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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도 대법 ‘판결 뒤집기’ 노력
범대본은 항소심 판결 직후 판결의 오류가 있음을 조목조목 짚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재판부가 감사원과 정부합동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내용을 법적 책임 판단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 작업자 과실과 지진과의 인과관계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한편 앞서 지난 5월 12일 대구고법 민사1부는 지진 피해 포항시민 49만 9881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포항 지진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는 포항 지진 피해를 겪은 주민 1인당 200만~30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에서 배상금은 ‘0원’으로 완전히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물을 주입한 데 따른 촉발지진인지 여부, 지진이 물 주입 때문에 발생했더라도 이것이 관련 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에서 비롯한 것인지가 이번 소송의 쟁점”이라며 “재판부 검토 결과 촉발 지진이라는 점은 인정되나 과실을 입증할 만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사원과 진상조사위가 지적한 업무 미흡 사항은 민사상 포항지진 촉발과 관련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고, 업무 미흡으로 지진이 촉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지열발전 사업 관련 기관의 과실과 포항지진 촉발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