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승규(25)가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1위 한화 이글스를 무너뜨렸다.
박승규는 지난 29일 대전 한화전에 8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 1볼넷으로 활약하며 삼성의 9-2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27일 수원 KT전에서 9회 불펜 난조로 충격의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삼성은 1위 한화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박승규의 존재감이 빛난 경기였다. 2회 첫 타석부터 한화 선발 황준서와 14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3-2 풀카운트에서 8구 연속 파울로 커트하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황준서의 결정구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계속 들어왔는데 박승규가 엄청난 집중력으로 계속 걷어냈다. 2회에만 26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뺀 황준서는 2⅔이닝 74구 3실점으로 강판됐다.
선두타자로 나온 4회에는 엄상백의 직구를 좌전 안타로 연결하며 추가점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현의 좌전 안타 때 3루까지 간 박승규는 김성윤의 좌중간 안타로 득점에 성공했다.
6회 중견수 수비에서 놀라운 슈퍼 캐치를 선보였다. 무사 1,2루에서 한화 루이스 리베라토가 중앙 펜스 근처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로 잡기 어려워 보였는데 박승규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타구를 지나칠 뻔 했지만 다시 몸통을 옆으로 틀더니 왼팔을 쭉 뻗어 점프 캐치했다. 타구를 쫓아간 집중력만큼 순간 판단이 빛났다. 안타를 빼앗긴 리베라토는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했다. 만약 장타가 됐다면 적시타로 연결돼 한화도 추격 흐름을 탈 수 있었지만 박승규가 차단했다.
호수비 이후 홈런까지 터졌다. 7회 한화 신인 정우주의 2구째 시속 153km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측 8m 높이 몬스터월을 넘겼다. 비거리 115m, 시즌 3호 홈런. 대전 신구장 명물인 몬스터월을 넘긴 홈런은 총 11개가 나왔는데 우타자가 밀어서 넘긴 것은 4월2일 롯데 윤동희 이후 두 번째였다.
경기 후 박승규는 “정우주 선수 볼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타석에서 조금 더 여유롭게 임하려고 했다. 타격코치님이 뒤에서 피드백을 주셔서 맞자마자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2회 첫 타석 14구 볼넷에 대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대한 집중을 하려 했다. 풀카운트에서 위축되지 않고 과감하게 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호수비에 대해 “타구가 굉장히 잘 맞아서 안 보고 많이 달려갔다. 잡기 어려운 타구였지만 이종욱 코치님이 하나하나 신중하게 공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손주인 코치님도 캐치볼부터 정성 들여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 부분이 경기에 나온 것 같다”고 두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OSEN=지형준 기자] 삼성 박진만 감독이 박승규와 승리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하고 있다. 2025.05.30 /[email protected]
상무 입대 전에도 그림 같은 호수비를 여러 차례 선보인 박승규는 ‘박해민 후계자’로 불렸다. KBO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를 자랑하는 박해민(LG)이 후계자로 인정했고, LG로 팀을 옮긴 뒤에도 박승규에게 글러브부터 배트, 장갑 등을 선물하며 여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한화전에 유독 슈퍼 캐치가 많은 박해민처럼 박승규도 이날 호수비로 한화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박승규는 “(박)해민이 형이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많이 쫓아다녔다. 형이 감사하게도 계속 가르쳐주셔서 노하우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돈으로도 못 주고 사는 것이다. 감사할 따름이다”고 진심을 전했다.
상무에서 전역한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1~2군 모두 경기를 뛰지 못한 박승규는 그 여파로 올해 육성선수로 시작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26경기 타율 3할8푼2리(89타수 34안타) 5홈런 26타점 OPS 1.048로 맹타를 휘둘렀고, 지난 5월23일 1군 콜업 후에도 38경기 타율 3할2푼5리(83타수 27안타) 3홈런 7타점 OPS .868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박승규는 “작년에 1년을 쉬었다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1년을 쉬면서 수비에서 부족함을 느꼈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연습 때부터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며 “형들이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 주시는 만큼 어린 선수들도 그런 에너지를 그라운드에서 표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로 팀에 활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