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눈치보는 트럼프, 대만과 거리두기…국방장관 회담도 취소
미중 정상회담·무역협상 때문인 듯…"친미 대만 집권당 입지 약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만 내부의 우려가 고조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장관급인 구리슝 대만 국방부장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미국 국방부의 3인자인 엘브리지 콜비 정책 담당 차관과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이 막판에 일정을 취소했다.
미국은 당시 현안이었던 이란 공습 문제를 회담 취소의 이유로 설명했지만, 실제 이유는 중국 때문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이 대만 국방부장의 방문을 허용할 경우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대만은 새로운 회담 일정을 논의 중이지만, 미국은 구 국방부장보다 하위급 인사와의 면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미국과의 공식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후 대만 국방부장의 워싱턴 방문이 성사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와는 별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남미를 순방하는 과정에서 미국 뉴욕을 경유하겠다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요청도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라이 총통의 뉴욕 경유 계획이 알려지자 중국 외교부는 "대만 당국 지도자가 어떤 명목·이유로든 미국에 가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각종 위협 속에서도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허용했다.
또한 대만은 관세 협상에서도 중국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 상태다.
대만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조만간 타결이 발표될 수 있을 정도로 진전을 이뤘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대만은 8월1일까지 미국과 협정을 타결하지 못하면 32%의 수출품에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친미·반중 성향인 대만 집권당 민진당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중국 담당 어맨다 샤오는 "이번 미국의 결정은 대만 내에서 라이 총통의 입지를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라이 총통은 친중 성향 야당 국민당 의원들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가 모두 부결되면서,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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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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