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대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엡스타인이) 내 리조트에서 여직원을 훔쳐갔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과 N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방문 후 귀국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도중 해당 발언을 했다. 백악관이 그간 엡스타인 스캔들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었던 가운데, 대통령 본인이 직접 민감한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이 나를 위해 일하던 직원을 데려갔고, 이로 인해 화가 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그러자 취재진이 "그 데려간 직원 중 젊은 여성이 있었느냐"고 재차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예스다. 그들은 스파에서 일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그가 또 그런 짓을 했다"고 비난하면서도 "그녀(주프레)는 우리에겐 아무 불만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여성은 바로 버지니아 주프레로,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한 핵심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주프레는 10대 시절 트럼프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근무하던 중 엡스타인의 측근에게 접근받았고, 이후 성착취 범죄에 연루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녀는 특히 엡스타인과 그의 지인들에 의해 강제로 성관계를 갖도록 ‘그루밍’ 당했다고 주장해 전 세계적인 충격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피해자 주프레의 과거 증언과 맞물려, 오히려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BC 방송은 이를 “충격적인 고백”으로 규정하며 파장이 커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프레는 엡스타인뿐 아니라 앤드루 영국 왕자 등 유력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이 미성년자일 당시 강제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밝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녀는 올해 4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