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효과 반신반의하는 트럼프…"통할 수도, 아닐 수도"
연일 시한 단축 강조하면서도 한발 빼는 듯한 모호한 입장 피력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대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그게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코틀랜드에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에서 동행한 취재진에게 이같은 언급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러 제재와 관련해 "그것이 러시아에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언급하며 "왜냐하면 그는 분명히, 아마도 전쟁을 계속 이어가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새로운 관세 제재를 부과할 시점에 대해서는 "오늘부터 10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휴전 압박을 무시해온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오랜 밀착 관계를 깨고 강경 태세로 돌아선 뒤 강력한 대러 제재를 예고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50일 이내' 러시아에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데드라인을 제시했다가, 28일에는 돌연 시한을 '10∼12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이날 발언에서는 '10일'을 거론하는 동시에 실제로 대러시아 제재가 효력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특유의 근거 없는 공수표를 날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CIP) 매트 더스는 "우리는 일찌감치 '젤렌스키가 문제가 아니다. 푸틴이 문제다'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트럼프는 지금 깨닫는 중인 듯 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크렘린궁은 트럼프 대통령의 '10∼12일 시한 단축' 발언에 "주목했다"면서 짤막한 입장만 남겼다.
특히 푸틴 대통령 측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데드라인 변경'에 내놓는 반응은 '조롱'에 가깝다고 NYT는 꼬집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달초 트럼프 대통령의 '50일 시한'이 나온 당시 "예전에는 '24시간', '100일'이라는 시한도 있었다"고 말했으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8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트럼프는 러시아와 최후통첩 게임을 하고 있다. 슬리피 조(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의 길을 가지 마라"고 적었다.
다만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휴전 합의를 압박할만한 또다른 경제, 군사 선택지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러시아 은행 시스템 제한, 원유 가격 상한선 설정, 유럽 동맹국 영향력 행사 등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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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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