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3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잇따른 대남·대미 담화에 대해 “북한 스스로 핵 능력이 강화됐고 러시아의 뒷배, 파병 등으로 훨씬 유리한 전략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자신감을 가진 측면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와 국정원 간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의 이같은 보고내용을 공개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할 경우에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당장 무슨 대화가 열리거나 그런 것에 대한 해석은 일절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처음 입장을 내놨다.
김여정은 이날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며 이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동족 흉내를 피우며 온갖 정의로운 일을 다 하는 것처럼 수선을 떨어도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 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북 방송 중단 등 이재명 정부의 신뢰 조치에 대해서는 “진작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라며 “평가받을만한 일이 못 된다”고 혹평했다.
이튿날인 29일에는 “비핵화 논의는 우롱”이라는 내용의 대미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면서도 “조미 수뇌들 사이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대방(상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8~2019년 세 차례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우호 관계를 부각하면서도 비핵화라는 의제 자체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고 일축한 것이다.
김여정은 이어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언급하며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미를 “핵을 보유한 두 국가”로 칭하며 미국을 향해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패한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 사이 만남은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핵 무력 증강으로 북한의 지정학적 위상이 달라졌으니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북·미가 대등한 입장에서 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