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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가망신 보여준다” 주가조작 합동대응단 출범…조사인력 확충은 숙제

중앙일보

2025.07.3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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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손을 잡고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기관별로 나눠진 기능을 통합해 주가 조작범을 신속히 처벌하기 위해서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원스톱’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한국판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초 모델로 평가받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은 출범과 동시에 신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합동대응단장 대행을 맡은 이승우 금감원 부위원장보는 “거래소 심리를 거쳐 올라온 건 중 우선 착수할 사건 4건 정도를 오늘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정할 것”이라면서 “빨리 ‘패가망신’ 사례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도 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경고했었다.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은 자본시장 감독 기관들의 ‘칸막이’를 없앴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거래소에 통합 사무실을 두고, 심리(거래소)·조사(금감원)·제재(금융위) 권한을 가진 기간들의 인원을 파견받아 하나로 합쳤다. 조사 인력과 권한을 한데 뭉쳐 놓으니, 평균 1년 정도 걸리는 주가조작범 조사 및 제재 절차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최근 문제가 된 금융사 임직원 주가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공간적 분리, 정보 칸막이, 권한 분산을 모두 제거했다”면서 “인공지능(AI)기술 도입 및 주가조작범 개인을 직접 추적하는 구조로 시장감시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수사기관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 형사 조치가 신속하고 강력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이 첫발을 뗐지만, 향후 미국 SEC와 같은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미국 SEC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해 조사 및 제재 권한을 모두 갖춘 일원화 조직이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조사와 제재가 가능하다.

한국도 SEC 같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권한과 경험을 갖춘 조사 인력부터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주가조작 관련 조사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맡고 있는데, 권한과 인력 구성이 달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금융위에는 압수·수색권과 당사자 신문권 등 강제 조사권을 가진 조사공무원이 있다. 하지만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오랜 기간 자본시장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온 금감원에 비해 경험이 떨어진다. 금감원은 금융위보다 인력과 경험이 많은 편이지만, 압수·수색권이나 당사자 신문권 등 강제 조사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주가 조작 초기 단계에서 증거가 될 만한 단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을 기반으로 한국판 SEC 같은 조직이 구성된다면, 결국 권한을 가진 경험 많은 조사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조사 경험이 많은 금감원 조사 인력을 한국판 SEC 조직이 편입시켜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강제 조사 권한을 주려면 민간인인 금감원 직원을 공무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 진통이 예상된다.

김남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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