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350년 전통의 영국 왕실 천문관(Astronomer Royal)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셸 도허티(63)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우주물리학 교수가 임명됐다고 영국 내각부가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제16대 왕실 천문관이 된 도허티 교수는 행성의 자기장 작용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하면서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를 둘러싼 대기에 물과 탄화수소가 포함됐음을 발견하는 연구 성과를 냈다.
왕실 천문관은 찰스 2세 국왕이 1675년 항해술 발전을 위해 그리니치 왕립 관측소(그리니치 천문대)를 설립하면서 신설한 직책이다. 천문대를 이끌며 국왕에게 천문학 관련 문제를 보고하는 자리다.
명예직이지만 당대 천문학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았다는 뜻인 만큼 학자로선 뜻깊은 자리다.
도허티 교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공동 토성 탐사 프로젝트 카시니·하위헌스에서 토성 자기장 데이터 분석을 맡았고, 유럽우주국(ESA) 목성 위성 탐사선 주스의 자력계 수석 연구원도 역임했다. 2008년 영국 왕립학회가 전기, 자기 및 응용 분야에서 독창적인 발견을 한 학자에게 수여하는 휴즈 메달을 받았다.
196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준 망원경으로 10세에 처음 목성 관측을 했다.
영국 언론은 도허티 교수가 중고등학교에선 과학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과학을 전혀 공부하지 못했는데도 저명한 과학자가 됐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수학을 잘한 덕에 대학에서 과학 강의를 수강할 수 있었고 금세 재능을 발휘해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도허티 교수는 정부 성명을 통해 "어렸을 적 행성 탐사선 임무는 물론 과학 일을 하게 될 줄 전혀 몰랐기에 왕실 천문관 직책까지 맡게 된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 역할을 통해 대중과 함께하면서 천문학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간 왕실 천문관을 맡은 학자는 총 15명으로 모두 남성이었다. 초대 천문관 존 플램스티드는 1690년 천왕성 관측을 처음으로 기록했고, 2대 천문관은 핼리 혜성의 주기를 계산한 것으로 유명한 에드먼드 핼리였다. 7대인 조지 비델 에어리는 그리니치의 자오선 측정 체계를 정비해 다음 대에서 본초 자오선 채택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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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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