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 보내었다 오늘도 보내었다
파르게 트인 하늘 한오리 뜬 구름을
안타깐 가슴을 안고 산 너머로 보냈다.
산 너머 부는 바람 바람결에 보냈다
어여쁘다 꽃잎을 두어닢 뜯어 보고
살살살 부는 바람에 울며 날려 보냈다.
바람도 꿈길처럼 산 너머로 보냈다
가슴에 뛰는 것은 날리지도 못하고
오로지 사랑하기에 바람처럼 보냈다.
-춘추(1941.10)
불운한 천재 현대시조의 초창기에 활약한 조남령 시인이 스물한 살 때 쓴 사랑 시다. 감정이 섬세하고 아름답다. 젊은 그는 바람처럼 사는 것을 꿈꾸었으나 그의 짧은 생애는 그러하지 못했다.
민족의 수난기에 태어난 그는 1938년 열여덟 살 때 동아일보 신인문학 콩쿠르에 단편소설이 당선하고 그 이듬해 ‘문장’ 지에 시조 ‘금산사’가 3회 추천된 천재였다. 1940년과 41년에 걸쳐 ‘현대시조론’을 세 차례에 걸쳐 문장에 발표하였다. 1942년 일본동경법정대학 고등사범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44년 학도병으로 입영했다. 1949년 북한의 한글학자 이극로씨 초청으로 한글사전 편찬을 위해 월북을 기도하다가 체포되었다. 6·25 사변 발발로 출감했으나 그 후 생사를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