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 수분 보충은 건강 유지의 핵심이다. 그런데 혹시 물 대신 마시는 커피나 탄산음료, 우유도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될까? 물만이 진정한 수분 공급원이라는 통념과 달리 과학자들의 연구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2016년 영국 3개 대학 공동 연구에서는 13가지 음료의 수분 공급 효과를 비교했다. 20대 중반 성인 남성 72명을 대상으로 음료를 마신 뒤 체내 수분 지수를 비교했다. 같은 양의 음료를 마시도록 한 후, 소변 배출량을 측정하여 몸에 수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물 한 컵을 마신 후 절반이 소변으로 배출된다면 수분 공급량은 반 컵이 되는 셈이다. 연구 결과 콜라·제로콜라·차·커피·오렌지주스·탄산수·스포츠음료는 모두 물과 동일한 수분 공급 능력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모든 음료가 동일한 수분 공급 효과를 보이진 않았다. 우유, 경구 재수화 용액(탈수 시 수분보충제)처럼 전해질과 영양소가 풍부한 음료들이 그냥 물보다 더 오래 체내 수분을 유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는 단백질·지방·탄수화물과 같은 영양이 풍부하여 위에서 더 천천히 배출되므로 신장에서 이뇨 작용이 덜할 수 있다. 또한 우유와 경구 재수화 용액 속의 나트륨·칼륨 같은 전해질도 수분 유지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전해질 함량이 이들의 절반 수준인 스포츠음료는 물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보였다. 커피나 맥주는 어떨까? 카페인과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수분 공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연구에 따르면 250~300mg 미만의 적당한 카페인 섭취는 측정 가능한 이뇨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알코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0년 영국에서 발표한 다른 연구에서는 4% 알코올이 포함된 맥주 1L를 마셨을 때 무알코올 맥주 대비 단 12% 더 많은 이뇨 작용이 나타난 정도였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탈수를 유발할 수 있지만, 적당량의 맥주도 수분 공급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는 의미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중심체온이 상승하고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평소에는 갈증이 날 때 물을 마시는 정도로 충분하지만 더운 날씨로 땀을 과하게 흘릴 때는 수분 보충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자와 노인은 수분 섭취가 더 중요하다. 운동선수, 임신 또는 수유 중인 여성도 다른 사람보다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물만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유·스포츠음료·탄산수·커피·차가 모두 수분을 공급해줄 수 있다. 주스나 콜라와 같은 당분음료를 마실 때는 과잉 칼로리 섭취를 조심해야 한다. 지나친 음주는 피해야 한다. 하지만 물이 아닌 음료를 마셔도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 무엇을 마시느냐보다는 얼마나 마시느냐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