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정치 혼란의 중심에 놓였던 반부패 수사 기관의 수장이 정부가 이 기관의 독립성을 해치려 한 데 따른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을 이끄는 올렉산드르 클리멘코 검사는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반부패 기관 무력화 논란을 일으킨 정부의 첫 법안이 국내외 압박으로 뒤집혔으나 그에 따른 심각한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안보 당국은 최근 반부패 수사를 주도하는 독립 기관인 국가반부패국(NABU)과 SAPO에 대해 간첩 혐의로 수사를 벌였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두 기관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승인했다.
유로마이단 혁명과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탄생한 두 기관의 독립성이 제한받을 위기에 처하자 우크라이나에선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고 유럽 주요국도 압박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NABU와 SAPO의 독립성을 회복하는 수정 법안을 내놓으면서 진화하고 있다. 이 법안은 오는 31일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클레멘코 검사는 "우리 업무는 사실상 중단됐다. 내부 고발자 대부분이 (노출 우려로) 협조를 멈췄다"며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을 악화하려는 시도에 따른 여파가 지속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NABU 역시 (최근 당국의 수사와 체포로) 충분한 증거 없이도 체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에 혼란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두려움이 사실상 업무 수행을 막는다"고 비판했다.
클레멘코 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인사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고 권력층'이 이번에 반부패 기관의 약화에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수정 법안 역시 통과가 확실하지만은 않다.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도 이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31일 수정 법안 표결이 현재 의원 220∼230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법안 통과에는 22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해 가결이 아슬아슬한 상황인 셈이다.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여당 '국민의 종'은 450석 중 254석을 확보했지만,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의회도 혼란에 빠지면서 여러 명이 사임하거나 탈당했다. 현재 231석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이들 전부가 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집권당과 가까운 소식통 4명은 FT에 일부 의원이 정부의 첫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점 때문에 NABU나 SAPO의 보복성 추적을 받을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클레멘코 검사는 NABU와 SAPO가 부패 혐의로 수사 중인 현직 의원은 31명, 전직 의원은 40명이며 여당 의원들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ABU SAPO의 수사는 정치적 입장이 아닌 사실과 증거에 근거한다"며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은 우크라이나의 정의, 법치주의,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 요소이지 위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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