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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의 시시각각] 조국의 강, 다시 건너려 하나

중앙일보

2025.07.30 08:30 2025.07.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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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사회부장
“춘추시대 조씨 일가는 3대에 걸쳐 복수한다. 저의 공적 응징의 첫 번째 선택이 집필이고, 두 번째 선택이 정치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0일 옥중에서 『조국의 공부』를 출간하며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2019년 검찰 수사는 ‘조국 사태’가 아니라 ‘조국 사냥’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아직 ‘조국의 미래’를 말할 시간은 아니라고 본다. 내란 세력의 뿌리를 뽑고 사회 대개혁을 이루기 위한 더 큰 정치, 더 넓은 정치를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가 더 큰 정치를 하기 위해선 사면복권이 전제조건이다.

여권발 조국 광복절 특사론 분출
본인 “조국 사태 아닌 조국 사냥”
“공정훼손” 사과, 원점 회귀 안 돼

공교롭게도 때마침 여권발로 조국 광복절 특사론이 추진되고 있다. 국가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조 전 장관이 수감 중인 서울남부교도소를 직접 찾아가 특별면회했다. 우 의장 측에선 조 전 장관이 후원회장을 오래 했던 “정치적 인연 때문이지 특사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고 했지만, 모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게 아닌가란 관측이 나왔다. 사면법 절차상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면 대상자를 상신해야 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서 “조 전 장관 가족 전체가 받았던 형을 고려하면 불균형한 측면이 있다”고 공감하는 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여권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유튜버 김어준씨도 29일 사면복권 탄원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불러 “우리 사법 역사상 조국 일가족처럼 사냥당한 경우는 없다”고 거들었다.

조국 사면 군불때기는 두 달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이 대통령 취임 당일인 6월 4일 “조국혁신당 전 대표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공개 옥중 편지를 보냈다. 조국혁신당이 시민단체가 주도한 ‘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제헌절 특별사면복권 서명운동’에 동참했지만 여권의 호응이 없어 불발됐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도 “조 전 장관,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와 함께 검찰 독재 정권의 사법 탄압 피해자”라며 이름을 올렸다. 같은 달 5일 대법원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및 뇌물 사건으로 징역 7년8개월형을 확정받은 지 일주일도 채 안 지나서였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같은 달 16일 수감생활을 시작해 2026년 12월 15일이 만기 출소 예정일이다. 그 후로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및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는 상태다. 사면은 요건에 아무 제한이 없기 때문에 특별사면에 복권까지 받으면 즉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권도 조 전 장관 특사 이후 정치 지형 변화, 특히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선거 구도에 미칠 폭발력 때문에 ‘시기상조론’이 나오는 등 속내가 복잡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여권에서 조국 문제는 강이 아니라 심연같이 깊은 수렁이다. 일주일 뒤 8월 7일 열리는 광복절 특사 사면심사를 앞두고 조국 전 장관을 사면할지를 놓고 물밑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모양새여서다.

결국 선택의 시험대에 오른 건 이 대통령이다. 사면권이 군주정에서 국왕이 신하에게 하사한 은사(특혜) 제도에서 유래한 대통령의 헌법상 특권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현시점에서 ‘민심’(조국 지지자)을 헤아려 ‘국민화합’(이·조 연대)을 도모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의사인지, 당면한 국정과제인지 여부를 가려야 하는 선택에 직면했다. 형 집행을 면제하거나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등 사법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현행 무제한 사면제도에 오히려 제한이 필요하다는 반대쪽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2021년 말 20대 대선후보 시절 “공정 훼손은 잘못”이라고 공식 사과하며 어렵게 건넌 조국의 강을 다시 건너자는 건 한국 사회를 6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 아닌가.





정효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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