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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극에 달한 가자…영양실조 아기 팔뚝, 엄마 엄지 굵기

연합뉴스

2025.07.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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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던 아이도 영양실조로 입원…"태어날 때보다 체중 줄어" 구호단체 "구호품 공중 투하 분량, 트럭보다 적어 비효율적"
굶주림 극에 달한 가자…영양실조 아기 팔뚝, 엄마 엄지 굵기
건강하던 아이도 영양실조로 입원…"태어날 때보다 체중 줄어"
구호단체 "구호품 공중 투하 분량, 트럭보다 적어 비효율적"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2년 가까이 전쟁이 멈추지 않은 가자지구의 남부 칸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의 아동 영양실조 병동.
아이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울지도 않는다. 극심한 굶주림에 지쳐서 울 힘조차 없이 조용히 누워만 있다.
이런 고요한 정적은 중증 영양실조 환자를 치료하는 곳에서는 흔하며, 몸이 기능을 멈춰가는 신호라고 의사들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닷새간 나세르 의료단지에서 머물면서 취재한 가자지구의 아동 영양실조 치료 현장을 30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곳은 가자지구에서 중증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 4곳 중 1곳으로, 취재진이 머무는 동안 아동 53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입원했다.
특히 최근에는 별문제 없이 건강하던 아이들마저 중증 영양실조로 잇따라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3개월 전 건강하게 태어난 와틴 아부 아무나는 출생 당시보다 체중이 100g 줄었다. 아기의 팔은 엄마의 엄지손가락 굵기 정도로 앙상하게 야위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지난 3월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며 가자지구 물자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
5월에 봉쇄를 일부 해제하며 미국과 함께 만든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 제한적 배급만 허용했으나, 식량이 바닥나자 6∼7월 들어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7일 이후 현재까지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는 어린이 89명을 포함해 154명에 이른다. 특히 상당수가 최근 몇 주 사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의 대량 아사 위험을 경고했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아이들의 모습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봉쇄가 기아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과 함께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26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식량 등 인도주의적 구호품의 공중 투하를 개시했다.
그러나 항공기를 통한 식량 공중 투하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며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공중 투하는 트럭보다 수송 가능한 양이 적어 구호물자 전달 수단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럭 한 대는 식량 최대 25톤(t)을 수송하지만, 공중 투하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식량은 최대 14t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가자에 식량을 전달할 최선의 방법은 육로를 통한 트럭 진입이며, 구호단체들이 자유롭게 접근해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기본적인 식량 지원을 충족하기 위해 하루에 트럭 120대가 필요하다. 전쟁 전에는 하루 500대가 넘는 트럭이 가자에 들어갔다.
국제 구호단체 머시 코어의 케이티 크로스비 선임 디렉터는 WP에 "절박한 민간인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구호품이 전달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공중 투하는 비싸고 비효율적이며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중 투하는 홍수나 지진 등으로 육로가 차단된 경우에만 쓰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정밀 유도 방식이 아니라 쉽게 빗나갈 수 있어 인구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지구에서는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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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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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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