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브랜드의 전 세계적 흥행으로 수출 물량을 확대 중이던 삼양식품이 미국 상호관세에 대응해 현지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라면은 그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왔지만 지난 4월부터 10%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다음 달 1일부터는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기존 미국 판매 가격으로는 손익을 맞추기 어려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며 “인상률과 인상 시기, 인상 품목은 월마트,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채널과 협의해 조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미국 수출 제품 전량을 경남 밀양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전체 매출(1조7280억원) 중 77.3%(1조3359억원)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미국을 포함한 미주 지역 매출은 해외 매출의 28%(약 3868억원)를 차지한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수출을 늘리던 다른 기업들도 현지 생산 시설이 없어 관세 여파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웰푸드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빼빼로를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상황을 살피며 관세 부과 이후 수지타산을 계산 중이다. 꼬북칩으로 미국 수출 시장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오리온은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수출액이 두 자릿 수 성장세를 보인 오뚜기는 미국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지역에 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미국 정부의 인허가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종가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상은 현지 생산량 확대를 검토 중이다. 대상은 지난 2022년 미국 LA 공장을 완공하고 2023년에는 현지 식품 제조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하며 미국 내 생산 설비를 갖췄다. 하지만 현지 생산 물량보다 수출 물량이 더 많아 국내 생산 제품을 일부 수출 중이다. 대상 관계자는 “LA 공장의 생산 라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며 “가격 조정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함께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CJ제일제당과 농심의 경우 미국 내 생산설비를 통해 관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슈완스’ 인수 등을 통해 현지 생산거점 20곳을 확보했다. 농심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북미 전용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