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가 연애예능 홍수 속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11일 ‘오징어 게임3’을 제치고 넷플릭스 한국 TV시리즈 1위에 올랐고, 17일에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까지 4개국 1위를 차지했다.
지난 8일부터 29일까지 총 10부작으로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연애 경험이 전무한 청춘들이 출연해 첫사랑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는다. 외모 관리, 정신과 상담 등을 포함한 6주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출연자들은 9일간의 합숙 속에서 인생 처음으로 타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열어봤다. 최종화에서는 정목과 지연, 지수와 승리 두 커플이 탄생했다.
연출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조욱형, 김노은, 원승재 PD가 맡았다. 연애의 기술보다 개인적 경험과 감정에 주목해 연출했다. 어색하고 낯선 분위기에서 진심을 마주하는 모태솔로 출연자들을 꾸밈 없이 보여준 편집 방식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렀다.
31일 서울 종로 북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세 PD는 “우리 모두 다 모태솔로였다. 출연자를 보면서 과거 미숙했던 나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 그 진심이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던 것 같다”며 인기 이유를 짚었다.
출연자 선정은 ‘왜 본인이 모태솔로라고 생각하나’라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김 PD는 “단순히 외적인 기준이 아닌 다양한 사연과 배경을 고려해 섭외하기 위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실제 모태솔로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주변인을 통한 확인도 거쳤으며, 사전 서약과 위약금 조항도 포함시켰다.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모의 소개팅을 실시하면서 출연자의 성격을 파악하는 시간도 가졌다.
6주간의 메이크오버 과정은 모태솔로들에게 필수였다. 제작진은 연애를 하기 위한 준비로 외면과 내면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출연자에게 강조했다. 또 방송 내내 헤어와 메이크업 팀을 투입해 도움을 줬다.
그런 준비 기간을 거쳤음에도, 방송에선 연애에 서툰 모태솔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작진이 지정한 것 이외에는 행동하지 않는다거나, 동성끼리만 어울리고 싶어하는 특징들이 있었다. 메기로 투입된 남녀 또한 모태솔로라서 판을 뒤흔드는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조 PD는 “롤러장에서 남녀 간 대화가 하나도 없어서 괴로웠다. 첫 촬영 밤엔 10~11시에 모두 잠드는 모습을 보고 모태솔로는 이렇구나 점점 깨달았다”며 플랜C와 D까지 현장에서 급하게 회의했다고 설명했다.
대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파데이트를 넣어 사용을 권하거나, 데이트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남녀가 섞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는 식이다. 예능 구성을 담당한 정선영 작가 또한 MBN ‘돌싱글즈’의 경험이 있음에도 “모태솔로는 이렇게 다르구나”하며 현장에서 굉장히 당황했다는 전언이다.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재윤이 여명을 피해 갈대숲에서 몸을 숨긴 장면이다. 일각에선 너무 영화 같은 장면에 “연출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조 PD는 “재윤이 풀썩 쓰러지는 소리는 마이크 수음때문에 컸던 것이지, 실제로는 거리가 멀었다. 그 곳에 감히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위치라 카메라 감독님도 뒤늦게 재윤을 잡았다. 나는 재윤이 술먹고 쓰러진 줄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PD는 “최근 재윤에게 연상의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애를 하기 위해선 남자가 되어야 하고,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라며 프로그램에 용기내어 지원해 준 재윤이 좋은 소식을 전해와 기쁘다”고 밝혔다.
‘첫만남에 결혼까지 생각했다’, ‘1박2일 데이트에 동침은 과했다’ 등 일부 출연자의 감정이 급해 보인다는 시청자 반응에 대해선 김 PD가 “모두 처음 겪는 감정이기에 밀도가 높고 표현이 급해 보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조 PD는 “모태솔로의 보법이 다르다고 느꼈다. 천천히 가다가 갑자기 축지법을 쓸 때는 제작진 모두 놀랐다”면서도 “자연스러운 연애감정이라고 봤다. 편집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출연자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시즌2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다. 이 프로그램을 끌고 온 힘이 바로 진정성이기 때문에 진실된 참가자를 위주로 구성하겠다. 또 플랜을 여러가지로 준비해서, 모태솔로들이 흥미를 갖고 서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