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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한국, 관세 폭탄 피했지만 대가는 따를 듯”

중앙일보

2025.07.30 22:29 2025.07.3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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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가 나오는 TV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5% 관세로 전격 타결된 무역 협상에 대해 한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는 피했지만, 경제적 손실과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감수하게 됐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했던 25%보다는 완화된 수준”이라면서도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데 주목했다. NYT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44%를 수출에 의존한다”며 “이는 일본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만큼 관세에 따른 경제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CNN도 1분기 한국의 GDP가 0.1% 감소하며 4년 만에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면서 “예정된 25% 관세가 부과됐다면 한국경제에 더 큰 재앙이었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애담 파라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한국 수출업체와 금융 시장에 즉각적인 안도감을 가져다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경제적·전략적 위험에 대한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타결의 정치적 함의에 대한 평가도 뒤따랐다. 블룸버그는 “이재명 정부는 지난 두 달간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며 “이번 협정을 통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재명에겐 국내에서 정치적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재계의 역할에 주목하는 외신도 있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한국 재계 인사들이 워싱턴을 방문해 고위급 차원에서 설득전을 벌였다”며 “기술·자동차·조선업계가 직면한 위기감이 반영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1억 달러(약 1391억원)를 들여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도 조선업 협력을 위해 협상단에 합류했다고 한다. 전날 삼성전자는 미국 테슬라에 23조 원 규모 반도체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데드라인을 하루 앞두고 국내 대기업 총수들도 잇따라 미국 워싱턴DC에 집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사진부터)은 현지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관세 협상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뉴시스·뉴스1, 사진 한화
한국의 협상 결과가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맺은 무역합의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일본이 협정을 맺은 지 며칠 만에 한국도 유사한 형태로 협정이 체결됐다”고 짚었다. 일본은 지난 22일, EU는 27일 협상에 타결했다.

다만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미 체결한 국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기존에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반면, 한국은 FTA를 통해 관세율이 사실상 0%였기 때문이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KERI) 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일본이나 EU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하진 않지만, (한국이) 한 때 누렸던 경쟁 우위는 잃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3500억 달러(약 487조 600억원)의 대미투자 규모에 대한 “투자 구성, 자금 조달, 계약 구속력 등에 대한 합의가 미비하다”(로이터)는 지적과 함께 일부 불명확한 부분이 많은 점을 이유로 “합의는 틀만 제시된 상태이며, 최종 체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워싱턴포스트)는 전망도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한국의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으로 꼽혔다. 수출액은 1278억 달러(약 177조 5781억원)로 전체 수출의 18.7%를 차지했다. 자동차가 347억 달러(약 48조 2157억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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