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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해소' 안도하는 배터리 업계…"ESS 기회 확대 기대감"

중앙일보

2025.07.31 00:20 2025.07.3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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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 백악관 X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이미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만큼 향후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관세 타결 관련 브리핑에서 “반도체, 원전, 2차 전지, 바이오 등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도 2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조선업 전용 1500억 달러 규모 펀드와 별개로 구성되는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는 여러 산업이 걸쳐있고,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의 보증·대출이 상당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관세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미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 등지에서 단독 혹은 합작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향후 건설 예정인 생산공장까지 합하면 30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SK온도 조지아주에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가동하는 한편, 켄터키·테네시주에 포드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을 두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미국 공략을 위한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옥 기자
특히 업계에선 이번 협상으로 미국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ESS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총 5조9442억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미국 테슬라에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나 프로젝트 발주처가 ESS 등 특정 수요를 제시할 경우 매칭 형태로 신규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ESS 파이를 키우려는 한국 배터리 업계로선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해온다면 부담이 생길 수는 있다. 이미 현지 수요 예측에 맞춰 생산공장을 증설해왔기 때문에 지금보다 케파(생산능력)를 더 확대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시행된 대규모 감세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당장 오는 9월부터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제도가 종료되면서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828대, 매출액 기준으로 약 19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가동률 저하 및 수익성 악화의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미 투자 펀드 구성 등 상세 합의 사항을 먼저 확인한 후에 사업 영향 분석과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SK온은 올 2분기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인 2734억원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미국 고객사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한 결과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전분기 대비 적자폭을 2330억원 줄인 66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을 흡수한 SK온 통합법인 기준으론 609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삼성SDI는 2분기 영업손실 3978억원을 기록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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