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고위 공직자를 상대로 “‘내가 무엇을 해봐야지’란 생각을 가진 사람과 ‘시키는 거 때워야지’란 사람은 결과적으로 성과 차이가 엄청나다”며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신상필벌을 과하게 할 생각이다. 물론 벌을 부당하게 하면 안 되고 상은 좀 과하게 할 생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 “정상적 행정에 형사 사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며 “사후적으로 평가해서 직무 감찰하고 심지어 수사 의뢰·고발해서 재판받으러 다니면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직권남용죄 신중 수사 ▶정책 감사 폐지 방침을 밝히자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이 대통령이 한 시간 가까이 진행한 특강은 ‘적극 행정’에 방점이 찍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공무원들이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와 제도를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대통령실 행정관 전원을 상대로는 “상상력에 제약을 두지 말고 아이디어를 많이 내달라. 법은 바꾸면 되는 것이고 예산은 더 태우면 되는 것”이란 취지의 지침을 하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엔 김민석 국무총리를 포함해 중앙 부처 장·차관 및 실장급 공직자,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 등 약 28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현지 총무비서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수요자 맞춤형 행정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옛날에 ‘결식아동 급식카드’에 딱 결식아동이란 표시가 돼 있는 걸 김현지 보좌관이 지적해서 제가 고쳤다. 일반 신용카드랑 똑같이 만들어 제공하자 (수요자들이) 너무 좋아했다”는 일화를 꺼내든 것이다. 지난 23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의 색상을 소득 수준별로 구분해 제작한 부산·광주 광역시를 상대로 “인권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조처”라며 질타한 뒤 시정을 요구한 일과 맞물려서다.
이 대통령은 인사 3대 기준으론 방향성·성실함·역량을 제시했다. 이어 “제가 인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발굴한 기법이 하나 있다”며 “공적 보고서는 못 믿겠고, 최적의 방법은 동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장 시절 동료 투표로 승진자를 가려냈던 일을 거론하며 “중앙정부 인사에서도 이런 걸 한번 도입해 볼까 생각 중이다. 옆에 있는 사람한테 잘하라”고 농을 섞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수평적 소통도 강조했다. 그는 “제가 공무원 사회의 특성을 봤는데 말 안 하기 대회를 하는 것 같더라”며 “부하 공무원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시라. 고위급으로 올라갈수록 지금 현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저는 이런 함정에 안 빠지려고 댓글을 열심히 본다”며 “제가 전화기를 지금 수십 년 째 같은 걸 쓰고 있는데 대통령이 되면서도 아직 안 바꿔 이런저런 많은 메시지를 웬만하면 다 읽어본다”란 말도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들이 많다”며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이어 “민간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금지 항목 외 원칙적으로 다 허용하는 소위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전면적으로 하기는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첨단 신산업 부분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규제를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규제 혁신이 필요한 부문으로는 ‘역직구’ 시장을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여러 장애물 때문에 세계인의 대한민국 산물에 대한 역직구 시장은 성장이 매우 더디다”며 부처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또 지난 26일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스토킹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세 차례 신고했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해주지 않아 결국 살해당했다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며 “관계 당국은 이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자성할 뿐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 보완에 속히 나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