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대표하는 야구 명문 휘문고와 부산의 명가 경남고가 제5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에 올라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휘문고와 경남고는 지난 31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전에서 각각 부산고와 제물포고를 꺾었다. 두 팀 중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출 주인공은 오는 2일 오전 10시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가려진다. 휘문고는 지난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이자 15년 만의 우승 도전이다. 경남고는 각종 전국대회를 18차례나 제패한 명문이지만 대통령배 우승 이력은 없다. 2017년 결승에 올랐지만, 서울고에 9-13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휘문고는 4강에서 통산 6회 우승팀 부산고를 2-1로 꺾었다. 3학년생 왼손 선발 박성진(18)이 경기 당 한계 투구 수(105개)를 꽉 채워 던지며 8이닝을 5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승리를 이끌었다. 좋은 체격(키 1m93㎝)을 활용한 낙차 큰 변화구와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로 부산고 타선을 무력화했다. 박성진은 완투 의지를 보이며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105개의 공을 던지고 힘찬 박수 속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1학년생 오른손 김단이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1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박성진은 “(투구 수 규정에 따라) 나는 결승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지만, 선발투수로 나설 에이스 (김)요엘이를 믿는다”며 “오늘 잘 던진 기운을 요엘이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휘문고 오태근 감독은 “(박)성진이가 투혼을 발휘해줘 고맙다”며 “감독과 선수 사이지만, 오늘만큼은 성진이의 팬이 된 것 같은 마음”이라고 기뻐했다.
경남고는 제물포고와 연장 10회까지 장단 23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9-4로 승리했다. 4강까지 오르는 동안 매 경기 활화산 같은 타격을 선보인 팀들답게 9회까지 4득점씩 치고받는 공방전을 벌였다. 승부는 연장 10회에 가려졌다. 승부치기로 무사 주자 1, 2루에서 시작한 경남고가 상대 송구 실책을 틈타 주자 2, 3루가 된 뒤 투수 보크로 결승점을 얻었다.
이후 2루타 포함 안타 3개와 사구 2개를 묶어 4점을 추가했다. 한꺼번에 5점을 내준 제물포고의 10회말 마지막 공격이 무위에 그치면서 경남고의 승리가 확정됐다. 2학년생 4번 타자 겸 2루수 이호민(17)이 10회초 승리를 확정 짓는 쐐기타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호민은 “모든 선수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한 게 승리로 이어졌다”면서 “유일하게 우승이 없는 대통령배에서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