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 요구 조건 중 하나였던 한국의 ‘고정밀 지리 데이터 반출’ 문제가 협상 결과에 포함되지 않자, 국내 맵테크(map+tech)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 등 후속 일정이 남아 있는 만큼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긴급 브리핑에서 고정밀 지리 데이터 반출 문제와 관련해 “이는 별개 이슈로, 이번 협상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그건 우리가 방어한 것이고 추가적인 양보는 없다”고 밝혔다. 협상 타결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무기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고정밀 지도 반출 이슈가 협상의 핵심 현안으로 거론되면서다. 지난 3월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리 데이터 수출을 제한하는 유일한 국가로 지목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 문제를 통상의 영역이 아닌 안보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고정밀 지리 데이터 반출 문제는 구글 등 해외 빅테크들이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요청해 온 사항이다. 구글은 2011년과 2016년에, 애플은 2023년에 같은 요청을 했지만 한국 정부는 보안 시설의 위치 노출 등 국가 안보를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 구글과 애플은 각각 올 2월과 6월에도 반출 요청을 했다. 이들이 요청하는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해 골목길까지 세세하게 식별할 수 있는 지도다. 현재 구글 지도상 한국의 축척은 ‘1대 2만5000’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번 이슈가 어떻게 논의될지가 관건이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국외반출 협의체’는 오는 11일까지 구글의 반출 요청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