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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점이나 지원했는데, 필승조가 다 나왔다…'5무원' 데이비슨, 롯데가 가을까지 품고 가야할까

OSEN

2025.07.31 16:40 2025.07.3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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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조형래 기자] 경기 초반 무려 9득점의 득점 지원을 안겼다. 선발 투수라면 이러한 편한 득점 지원을 안고 편하게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묘한 경기 흐름을 이끌었고 결국 조기 강판되어 필승조까지 총출동하게 만든 빌미를 제공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롯데는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1-5로 완승을 거뒀다. 전날 6연승이 끊겼지만 연패에 빠지지 않고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경기 초반부터 롯데가 주도권을 쥐고 NC 마운드를 흔들었다. 2회 1사 후 유강남의 볼넷 한태양의 좌전안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나승엽의 2타점 2루타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동안 침묵했던 나승엽의 적시타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후 장두성의 적시타와 폭투, 레이예스의 희생플라이로 5점을 얻었다. 

이날 선발 투수였던 터커 데이비슨은 1회와 2회를 완벽하게 틀어막았고 2회말 타선이 득점 지원으로 화답했다. 그런데 3회초 1사 후 흔들렸다. 하위타선 8번 안중열에게 볼넷을 내주며 어렵게 출발했다. 내주지 말아야 할 출루였다. 이후 최원준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해 2사 1루를 만들었지만 지난달 30일 경기 3안타를 때려낸 김주원까지 타석이 돌아오게 만들었다. 결국 풀카운트 승부를 겨우 펼치다 우중간 적시 2루타를 얻어 맞아 실점했다. 이후 만난 권희동에게는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좌측 담장을 때리는 적시 2루타를 얻어 맞았다. 하위타선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추가 실점은 없었다.

그러자 타선은 다시 한 번 데이비슨에게 힘을 실었다. 데이비슨이 2실점 했지만 더 많은 4득점을 지원했다. 3회말 2사 만루에서 손호영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데뷔 첫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9-2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3회까지 9점을 지원해줬고 점수 차도 7점 차. 이제 앞선 경기들에서 불펜 소모가 적지 않았던 팀의 상황을 생각해서 긴 이닝을 끌고가 줘야 했다. 4회는 실점 없이 막아냈다. 하지만 5회 다시 하위타선부터 시작되는 상황에서 흔들렸다. 선두타자 안중열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다 우익수 뜬공을 처리했다. 이후 최원준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고 김주원과 승부에서는 3B-1S의 불리한 카운트를 자초했고 결국 우선상 적시 3루타를 얻어 맞았다. 9-3이 됐고 권희동에게도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9-4가 됐다. 이제 5점 차. 희생플라이 이후에는 박건우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기까지 했다. 후속 이우성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서 겨우 이닝이 끝났다. 

달아오른 NC 타선이 다시 의지를 갖고 추격을 해볼 수 있는 격차가 됐다. 데이비슨은 7점의 리드조차 지키지 못했다. 팀의 불펜진 상황을 고려해 최소 6회까지는 버텨주는 게 필요했는데 또 결국 6회 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5회에 경기에서 빠져야 했다. 5이닝 88구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6회를 더 맡겨볼 수 있는 투구수이긴 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데이비슨을 칼 같이 바꿨다. 더 큰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분위기 단속을 노린 것.데이비슨이 다 자극해 놓은 NC 추격의 흐름이 쉬이 꺼지지 않았다. 6회에는 결국 최준용이 김강현 정현수에 이어 3번째 투수로 등판했고 절체절명의 순간, 권희동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3루수 손호영이 직선타로 처리하며 이닝이 마무리 됐다. 추가로 1실점을 했다. 타선이 9득점 이후 침묵했지만 8회 전준우와 한태양의 연속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완전히 박았다.

결과적으로 이날 데이비슨은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9승째. 하지만 지금처럼 불안한 모습, 그리고 5이닝 안팎의 부족한 이닝 소화력은 롯데 입장에서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다. 21경기 9승 5패 평균자책점 3.76의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라는 단서를 달면 만족하기 힘든 기록이 된다. 그만큼 외국인 투수가 주는 가치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는 정규시즌 3위(55승 43패 3무)를 굳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라고도 할 수 있다. 선두 한화와 2경기 차, 2위 LG와는 3경기 차이로 뒤져 있다. 맞대결과 한두 경기에 따라서 승패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원투펀치 중 한 명이 5이닝 정도 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이날처럼 강판 당하면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른 외국인 투수에 대한 생각이 없을 수는 없다. 김태형 감독은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더 나은 외국인 투수를 알아보고는 있는데,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무 선수나 데려올 수는 없지 않나”라면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가을야구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 하지만 데이비슨은 아직 완벽하게 자신의 리듬을 찾지 못하고 5회만 되면 더욱 흔들리고 있다. ‘5무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9득점이 나온 경기에서 필승조 최준용과 정철원까지 모두 나와야 했다. 이런 외국인 선수를 롯데는 가을야구까지 품고 가야할까. /[email protected]


조형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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