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 트럼프 탄핵 2건 내용 삭제
트럼프 대통령의 미술관장 해임 지시 이후 '콘텐츠 검토' 명목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이 상설전시에 포함돼 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 2건에 대한 내용을 삭제해버렸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이 박물관은 2000년에 만들어진 상설전시 '미국의 대통령직: 영광스러운 짐' 중 '대통령 권력의 한계' 부분에 미국 대통령들이 탄핵소추를 당하거나 탄핵소추 위기에 몰렸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에는 2021년 9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 2건이 포함돼 있었으나, 박물관 측은 지난달에 이 사례들을 삭제했다.
미국 헌정사상 연방하원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사례는 총 4건이며, 그 중 2건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중인 2019년 12월과 2021년 1월이었다.
나머지 2차례 탄핵소추는 1868년 2월 앤드루 존슨 대통령, 1998년 12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 이뤄졌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하원 법사위에서 통과된 후 본회의 투표가 열리기 전에 1974년 8월 사임해, 법적으로 탄핵소추를 당하지는 않았다.
현재 박물관 측은 존슨, 클린턴, 닉슨 등 3명의 사례만 소개하면서 "심각하게 파면 위기에 몰린 대통령은 3명뿐이었다"고 설명해놓았다고 WP는 전했다.
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재단 측 공보담당자는 "해당 (전시) 부분 중 탄핵소추를 제외한 다른 내용들은 2008년 이래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소추 전시 내용을 2008년 당시 모습으로 되돌리자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명했다.
이 공보담당자는 '미국의 대통령직' 같은 대규모 전시는 업데이트에 상당한 시간과 재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P는 이 전시의 다른 부분에는 2017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2021년 도널드 트럼프 2기 취임 등을 소개하는 전시 소장품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시 내용 삭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미소니언 재단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운영은 현직 연방대법원장과 부통령을 포함한 이사 1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맡으며, 연방대법원장이 이사장직을 맡는다.
이 재단은 산하에 국립 박물관·미술관·동물원 등 20여개 전시기관과 10여개의 연구소, 문서·수집품 보관소, 문화센터 등을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재단이나 산하기관의 운영이나 인사에 관여할 법적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단 산하 국립초상화미술관의 킴 세이에트 관장을 "매우 정파적이고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이유로 면직했다고 5월 말에 발표해 논란이 됐다.
세이에트 관장이 "당파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백악관이 제시한 사례 중에는 국립초상화미술관의 트럼프 대통령 초상화 캡션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한 2차례의 탄핵소추와 1·6 의회폭동 사태 당시 '내란 선동'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 있었다.
전시 계획을 잘 알고 있는 한 취재원은 익명을 조건으로 WP에 이번 내용 삭제가 스미스소니언 재단이 세이에트 관장을 해직하라는 압박을 백악관으로부터 받고 산하 기관들에 요구한 '콘텐츠 검토' 작업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박물관과 미술관 등 기관들에서 부적절한 이념을 삭제하고 미국의 위대함을 강조하라"는 취지의 '미국 역사의 진실과 정신 회복'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WP는 스미스소니언에 대한 정치적 간섭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역사를 보존하는 과업을 담당하는 이 기관의 업무에 대해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려고 함으로써 이 기관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WP 보도가 나간 후 스미스소니언 재단은 입장문에서 "앞으로 업데이트될 전시물에는 모든 탄핵소추 사례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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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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