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8월 중 워싱턴에서 개최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2주 이내 이재명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을 공식화했다.
당초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17일 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문제를 이유로 조기 귀국하면서 무산됐다. 6월 말엔 네덜란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또다시 만남이 불발됐다. 이후 정부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에 급파해 이 대통령의 방미를 추진했으나 미국이 관세협상 타결 이후 방미를 희망하면서 미뤄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 취임 후 두달여 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두 정상의 단순한 상견례 자리는 아닐 것이다. 관세협상 후속 조치 문제와함께 향후 한·미 동맹의 미래를 결정할 굵직굵직한 현안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통상 청구서에 이은 트럼프발 안보 청구서인데, 미국의 새로운 대중국 전략에 맞춘 한·미 동맹의 역할 확대를 위한 이른바 ‘동맹 현대화’가 그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달 2기 국방정책의 기본 방향을 담은 국방전략(NDS)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국 본토 방어와 함께 대만 유사 사태 대비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뒤 미국은 중국에 집중하고, 동맹과 파트너국의 안보 책임을 확대해 역내 위협은 주도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런 새 국방전략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의 규모 조정과 전략적 유연성 강화, 동맹국의 국방비 및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 ‘동맹 현대화’ 논의를 본격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실제 이런 움직임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외교부는 “한·미 외교장관은 변화하는 역내 안보 및 경제환경 속에서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전략적 중요성도 한층 높이는 방향으로 동맹을 현대화해 나가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 안규백 국방장관과 헤그세스 장관도 첫 통화 후 같은 입장을 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이 여러 요인 때문에 변화할 수 있다”고 이례적인 언급을 하기도 했다.
또한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일본·호주·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동맹에 대만 유사 사태 발생시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의중을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한국에도 기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각국의 입장에 따라 향후 ‘동맹 현대화’의 세부 내용을 정하겠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반도 안보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과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듯이 이번 회담에서 ‘동맹 현대화’ 이슈를 불쑥 꺼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앞으로 5년 이재명 정부 한·미 동맹의 미래를 결정할 출발점이다. 방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미 협력을 중시하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하되, 미국과 잘 논의해 잡음 없이 해나간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는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관세협상에서 그러했듯이 치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상호 윈윈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의 대북 안보태세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