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직접 언급 않아…"신형미사일 오레시니크 생산해 군에 인도"
러 외무는 "러·미 우크라 논의 유익…트럼프 덕분에 러·우 협상"
푸틴, 트럼프 최후통첩에도 "러 목표 불변…실망은 과한 기대탓"(종합2보)
트럼프 직접 언급 않아…"신형미사일 오레시니크 생산해 군에 인도"
러 외무는 "러·미 우크라 논의 유익…트럼프 덕분에 러·우 협상"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목표는 변함없다"며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가혹한 관세 제재를 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카렐리야공화국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지난해 6월 제시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조건이 "분명히 똑같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러시아 외무부 지도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 내 우크라이나군의 철수, 서방 제재 해제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것들은 조건이 아니라 목표다. 나는 러시아의 목표를 공식화했다. 그전까지 우리는 러시아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지난해 6월 이를 발표한 것"이라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일까지 우크라이나 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와 러시아 교역국에 가혹한 관세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나왔지만,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관세 위협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러시아가 '50일 내' 휴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같은 달 28일 '10∼12일 내로 시한을 단축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을 지속해서 표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에 실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도한 기대 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은 항상 필요하고 중요하다"며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3차에 걸쳐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평화적인 해결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공개적 대화가 아닌 철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측 대표단이 협상장에서 '범유럽 안보' 맥락에서 평화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고 러시아도 전반적으로 그에 동의한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만족하고 양국 안보를 보장하는 좋은 근본적 기반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것이 단순히 전쟁 시간을 끌거나 제재를 늦추려는 게 아니라 존엄하게 전쟁을 끝내고 진정으로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려는 진실한 의지의 신호라면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지도자 수준에서 만날 준비가 됐다고 재차 밝힌다"고 반응했다.
우크라이나는 평화 협상에서 즉각적인 휴전과 함께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지금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기다릴 수 있다. 우리는 기다릴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정치 체제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헌법에 기반하고 국가의 기본법에 따라 엄격히 통제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부패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임기가 종료됐는데도 계엄령을 이유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처음으로 양산해 이미 군에 전달했으며, 올해 말 안에 벨라루스에도 이 미사일을 인도하기 위해 배치 장소를 선정하는 등 준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연초부터 진행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 미국의 실질적 논의는 매우 유익하고 성과를 냈다"며 "키이우 정권이 이스탄불 협상을 재개하자는 우리 제안에 응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끈기 덕분"이라며 평화협상 과정의 '진전'을 강조했다.
그는 또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끌어들이고 잠재적인 러시아와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달리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최근 러시아와 미국의 직접 군사 충돌을 절대 허용하면 안 된다는 책임 있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우리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복잡한 현 상황을 인식하고 위기의 근본 원인을 고려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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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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