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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제정신인가? 타순표를 미리 SNS에 공개해 버렸다…니폰햄이 겪은 황당한 하루

OSEN

2025.08.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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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 감독이 SNS로 공개한 1일 경기 선발 출전 명단. 신조 쓰요시 SNS

신조 감독이 SNS로 공개한 1일 경기 선발 출전 명단. 신조 쓰요시 SNS


[OSEN=백종인 객원기자] 아무리 뻔해도 그렇다. 흔히 배팅오더라고 불리는, 선발 출전 명단은 엄연한 대외비다. 경기 1시간 전, 상대와 교환할 때까지 철저히 함구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다. 감독이 자신의 SNS에 버젓이 공개해 버렸다. 그것도 오더 교환 훨씬 전이다. 플레이볼 3시간을 앞둔 때였다.

듣도 보도 못한 일을 저지른 것은 니폰햄 화이터즈의 신조 쓰요시(53) 감독이다. 워낙 괴짜에 관종으로 유명하다. 특유의 돌+I 기질이 발휘된 것인가?

하지만 아니다. 그럴만한 일이 있었다. 니폰햄과 신조 감독이 겪었던 기가 막힌 어제(1일) 하루의 일이다.

원정 경기를 위해 이동하는 날이다. 당초 예약된 항공편은 오전 11시 출발이다.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을 떠나 오사카로 가서 오릭스 버팔로즈와 3연전을 치른다.

그런데 항공사에서 긴급 공지가 뜬다. 비행기 정비 문제로 오사카 행의 출발이 4시간 20분이나 지연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 시간에 맞추기 어렵다.

이때부터 불 난 호떡집이다. 구단은 부랴부랴 다른 항공편을 알아본다. 결국 직항을 포기하고 도쿄(하네다 공항)를 경유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도 간단치 않다. 신치토세(삿포로)→하네다(도쿄)→이타미(오사카)까지 국내선 공항 3곳을 돌아야 한다. 탑승 수속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

어찌어찌 오사카에 도착한 게 오후 3시 39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꼬인다. 공항에서 경기장까지의 지독한 교통 체증이다. 평소라면 교세라 돔까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날은 1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경기장에 들어간 시간이 5시 5분이다. 플레이볼(6시)까지 1시간도 남지 않았다.

본래라면 원정 팀은 2시쯤 도착해야 한다. 그래야 몸도 풀고, 타격과 수비 훈련을 소화한다. 그건 이미 물 건너갔다. 간단한 스트레칭, 토스 배팅과 펑고 몇 개 받은 게 전부다. 서둘러 게임 준비를 마쳤다.

그나마도 정상이 참작됐다. 게임 시작이 15분 늦춰졌다. 심판의 “플레이볼” 선언은 6시 15분에 이뤄졌다.

신조 감독(왼쪽)의 니폰햄이 항공편 문제로 1일 경기에 차질을 빚었다. 니폰햄 화이터즈 SNS

신조 감독(왼쪽)의 니폰햄이 항공편 문제로 1일 경기에 차질을 빚었다. 니폰햄 화이터즈 SNS


와중에 신조 쓰요시 감독의 독특한 행보가 화제였다. 그는 선수단 본진과 별도로 움직였다. 애초에 다른 비행 편을 예약한 것이다. 그 덕에 정상적으로 교세라 돔에 도착했다. 오후 2시 무렵이다.

여기서 계속 상황을 파악했다. 선수들이 비행기를 갈아타고, 우왕좌왕한다는 소식을 모두 교세라 돔에서 들었던 것이다.

원정 팀 훈련 시간이 됐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텅텅 비었다. 하루 전에 미리 와 있었던 선발 투수(가토 다카시)와 선발대 3~4명 정도만 몸을 풀고 있다.

그러자 신조 감독이 인스타그램에 로그인한다(2시 46분). 팬들에게 현재 상황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친김에 선발 출전 선수 명단까지 발표한다. 당일 타순표를 그대로 공개한 것이다.

“다들 이동하면서 축 처지면 안 된다. 특히 선발로 뛰어야 할 선수들은 예열을 충분히 해 놔야 한다. 공항에서 공을 던지고, 달리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라고 하라는 뜻이었다.” (경기 후 신조 감독)

이동에만 7시간이 걸렸다. 발을 동동 구르며 부랴부랴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도 초반은 나쁘지 않았다. 2회와 3회 각각 1점씩 뽑으며 2-0으로 앞서 갔다.

선발 투수 가토도 호투했다. 8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하지만 완봉을 앞둔 9회에 무너졌다. 3점 홈런을 맞고, 2-4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게임 전에 토스 배팅 밖에 하지 못했지만, 그것 때문에 큰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날일수록 ‘꼭 이겨야겠다’라는 마음이 간절한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다.” (경기 후 신조 감독)

줄곧 퍼시픽리그 선두를 달리던 니폰햄은 7월 말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따라 잡혀 2위로 내려갔다. 이날 패배로 1위와 승차는 1게임이 됐다.

※  한국은 일반적으로 구단 버스를 이용한다. 때문에 전날 밤늦게 이동이 가능하다. 반면 일본은 당일 이동이 원칙이다. 아침 일찍 신칸센이나 항공편으로 다음 장소로 향한다. 2014년에도 오릭스-니폰햄의 삿포로돔 경기 때도 비행기 문제로 시작 시간이 변경된 적이 있다.

끝내기 홈런에 환호하는 오릭스 선수들. 오릭스 버팔로즈 SNS

끝내기 홈런에 환호하는 오릭스 선수들. 오릭스 버팔로즈 SNS


/ [email protected]


백종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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