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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마음은 숨길 수가 없나봐요" 10년 추억 뒤로 토트넘 떠나는 손흥민, 쉽지 않았던 감정 컨트롤 [오!쎈 현장]

OSEN

2025.08.01 23:42 2025.08.0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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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블리처 리포트 풋볼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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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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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여의도, 정승우 기자] 덤덤하려 노력했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손흥민(33, 토트넘)은 2일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IFC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을 앞둔 토트넘 홋스퍼 공식 기자회견에 토마스 프랭크 감독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침착한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선 손흥민은 곧바로 중대한 발표를 꺼냈다. "본격적인 기자회견에 앞서 드릴 말씀이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잠시 감정을 추스린 손흥민은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먼저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 말씀 드린다. 내일 즐거운 경기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덤덤하게 이야기하려 노력했으나 떨리는 목소리는 감추기 어려웠다. 손흥민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등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손흥민은 "사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어디로 간다는 얘기를 하러 온 건 아니다. 당장은 내일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라며 거취에 대한 질문은 유보했다. 다만 "결정이 확실해지면 밝히겠다"라고 말해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억누르며 "축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 10년간 한 팀에 몸담은 건 제게도 자랑스러운 일이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걸 바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장 안팎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냈다고 느꼈다. 그런 생각이 이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큰 이유가 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구단도 이를 존중해줬다. 토트넘은 제가 가장 사랑했고, 축구선수로서, 사람으로서 가장 많이 성장한 팀이다.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결정이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환경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팬들과의 추억, 트로피 등 모든 걸 기분 좋게 안고 떠날 것"이라며 "10년 넘게 몸담은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토트넘에 처음 왔을 때는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었는데, 이제는 '남자'가 되어 떠날 수 있어 기쁘다"라며 "작별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믿는다. 고향처럼 느껴졌던 팀을 떠나는 건 쉽지 않지만, 지금이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팀 동료들과 관련해선 "오래 함께한 소수의 동료들에게만 미리 이야기했다. 그들은 실망했지만, 내 선택을 존중해줬다. 특히 벤 데이비스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친구로서 감정을 전해줬다"라고 했다.

손흥민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동료들과의 작별은 항상 어렵다. 실망했을 수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준 것 같아 고맙다. 물론 제 생각일 수 있다. 선수들이 실제로 어떻게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존중해준 걸로 받아들였다"라고 밝혔다.

지난 7월 31일 홍콩에서 열린 아스날과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히샬리송과 주장 완장을 주고받는 장면이 화제가 된 데 손흥민은 "경기 후 장난치는 분위기였다. 히샬리송은 팀 분위기 메이커 중 한 명이다. 팀원들과 워낙 친하다 보니 안팎에서 장난을 많이 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쉽지 않은 몇 주와 며칠을 보냈다. 항상 밝게 지내려 노력했고, 축구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지만, 10년을 보낸 팀을 떠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운동할 때도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작은 소음조차 만들기 싫었다. 항상 최선을 다했지만, 속마음은 숨길 수 없었나 보다"라며 당시 감정을 전했다.

홍콩에서 아스날과 맞붙은 손흥민을 본 팬들은 그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어둡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손흥민은 "사람의 속마음은 티가 날 수밖에 없나보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은 제 작은 행동 하나, 습관 하나까지도 다 알고 계시기에 그랬던 것 같다. 한국에서 보내는 이틀 동안은 팬들에게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팀 후배 양민혁에 대해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하고 자기 자리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 갈 길이 멀다. 민혁이는 미래가 밝고, 직접 부딪히며 성장할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부담 없이 성장만 생각하면 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라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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