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생존 인질 2명의 영상을 잇달아 공개했다. 최근 자신들의 역제안 이후 교착에 빠진 휴전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심리전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와이넷,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전날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가자지구에 660일 넘게 억류된 에비아타르 다비드(24)로 확인됐다.
이 영상은 어둡고 좁은 땅굴 안에 앉아있는 다비드를 촬영한 것이다.
하마스는 갈비뼈 윤곽이 보일 정도로 앙상해진 다비드와 영양실조에 걸린 가자지구 어린이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고 "점령군(이스라엘) 정부가 그들을 굶기기로 결정했다"는 자막을 띄웠다. 또 "그들은 우리가 먹는 것을 먹고, 우리가 마시는 것을 마신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가자지구 기아 위기가 심화한 만큼 인질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진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는 주장이다.
다비드는 작년 2월 하마스가 공개했던 영상에 등장했던 때보다 살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영상은 당시 휴전 기간 하마스가 일부 인질을 석방하는 행사를 다비드가 바라보며 "친구들이 500일만에 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 상황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담았었다.
지난달 31일에는 하마스 연계 무장조직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인질 롬 브라슬라브스키(21)의 영상을 공개했다. 독일·이스라엘 이중국적인 그는 영상에서 가자지구 기아 위기에 대한 뉴스를 시청하다가 이스라엘 정부에 석방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린다.
다비드의 가족은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언론에 요구했다. 브라슬라브스키 가족은 일부 이미지만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비드의 누이 야알레는 "영상을 본 누구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며 "에비아타르의 몸 상태를 보고 마치 심장이 100만번 주먹질 당한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가자지구에서 풀려난 오메르 벵케르트는 가자지구의 식량 부족 사태가 이스라엘 탓이라는 하마스의 주장에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벵케르트는 "에비아타르와 비슷한 (상태의) 하마스 대원 사진을 한 장이라도 보고 싶다"며 "하마스가 그를 굶기고 있으며 하마스가 구호품을 훔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1월 석방된 리리 알바그(19)는 이들 두 인질의 영상을 접한 뒤 "그들이 아직 거기 있는데도 저는 살아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그들은 굶주리고, 고문당하고, 홀로코스트를 다시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이날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에 철조망 울타리를 세우고 그 안에서 휴전 협상 타결을 호소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지난달 24일 하마스가 60일 휴전안과 관련해 이스라엘 철군 확대, 구호품 배급 방식 변경 등을 요구하는 역제안을 전달한 뒤 교착에 빠졌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역제안 핵심 사항을 거부하는 답변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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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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