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토트넘)은 2일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IFC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을 앞둔 토트넘 홋스퍼 공식 기자회견에 토마스 프랭크 감독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침착한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선 손흥민은 곧바로 중대한 발표를 꺼냈다. "본격적인 기자회견에 앞서 드릴 말씀이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잠시 감정을 추스린 손흥민은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먼저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 말씀 드린다. 내일 즐거운 경기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면서 덤덤하게 이야기하려 노력했으나 떨리는 목소리는 감추기 어려웠다. 손흥민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등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손흥민은 "사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어디로 간다는 얘기를 하러 온 건 아니다. 당장은 내일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라며 거취에 대한 질문은 유보했다. 다만 "결정이 확실해지면 밝히겠다"라고 말해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억누르며 "축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 10년간 한 팀에 몸담은 건 제게도 자랑스러운 일이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걸 바쳤다고 생각한다"라며서 "운동장 안팎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냈다고 느꼈다. 그런 생각이 이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큰 이유가 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구단도 이를 존중해줬다. 토트넘은 제가 가장 사랑했고, 축구선수로서, 사람으로서 가장 많이 성장한 팀이다.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결정이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환경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팬들과의 추억, 트로피 등 모든 걸 기분 좋게 안고 떠날 것"이라며 "10년 넘게 몸담은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토트넘에 처음 왔을 때는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었는데, 이제는 '남자'가 되어 떠날 수 있어 기쁘다"라며 "작별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믿는다. 고향처럼 느껴졌던 팀을 떠나는 건 쉽지 않지만, 지금이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동료들과의 작별은 항상 어렵다. 실망했을 수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준 것 같아 고맙다. 물론 제 생각일 수 있다. 선수들이 실제로 어떻게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존중해준 걸로 받아들였다"라고 밝혔다.
손흥민의 이적지로 유력한 것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미국 MLS의 전문가 탐보거트가 자신의 SNS에서 “LAFC가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 영입을 위한 블록버스터 딜에 매우 근접했다”고 전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암시한 단서였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손흥민의 작별은 단순한 이적이 아닌, 하나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그는 토트넘의 아이콘이었고,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윙어였다"라면서 "토트넘 통산 173골 101도움, 프리미어리그 333경기에서 127골 27도움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수치만으로도 위대한 커리어지만, 손흥민이 남긴 유산은 숫자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북런던에 ‘남아 있었던 선수’로 기억될 것이며, 해리 케인과 함께 이룬 47골 합작 기록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다 득점 콤비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라고 손흥민을 평가했다.
이어 "손흥민은 한 번도 거만하지 않았고, 팀을 위해 헌신했으며, 팬들과 진심으로 소통했다. 잉글랜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손흥민은 2020-2021시즌 단일 시즌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우며 케인과의 황금 듀오를 완성시켰다. 그들의 플레이는 경기장을 넘어 한 편의 예술로 평가받았다"고 조명했다.
스카이 스포츠는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100골 클럽의 일원이자, EPL 통산 득점 16위에 올라 있다. 특히 데뷔 이후 모하메드 살라와 해리 케인을 제외하면 그보다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린 선수가 없으며, 케빈 더 브라위너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그의 꾸준함과 위대함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손흥민은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라이벌 팬들조차도 존중한 보기 드문 선수였다. 마지막 유로파 결승전에서 들었던 트로피, 그리고 그 순간의 세리머니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보낸 10년의 정점을 상징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