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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주민들 '난민 신청대상국' 브라질이 미국 앞질러

연합뉴스

2025.08.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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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강경 이민정책 여파 당분간 '南행 흐름' 이어질 전망
쿠바 주민들 '난민 신청대상국' 브라질이 미국 앞질러
트럼프 정부 강경 이민정책 여파 당분간 '南행 흐름' 이어질 전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경제난을 벗어나고자 고국을 등지는 쿠바 주민들이 이민자를 향해 문호를 닫고 있는 미국 대신 브라질을 주요 난민 신청 대상국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에서 제공하는 난민 데이터 통계를 보면 지난해 새로 접수된 쿠바 출신자들의 난민 신청 건수는 6만8천383건으로 집계됐다.
신청 대상국은 브라질이 2만2천288건으로 가장 많았고, 멕시코(1만7천884건)와 미국(1만3천685건)이 뒤를 이었다.
쿠바 주민들의 난민 신청 대상국 순위에서 브라질이 미국보다 많아진 건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다만, 당시엔 브라질 2천373명, 미국 770명으로 전체적인 난민 신청 규모 자체가 매우 적었다.
지난해의 역전 현상은 조 바이든 전 정부에서 2022∼2023년 전후 급증한 미국행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 보안을 다소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미국 정부는 합법적인 이민 경로를 보장하면서도 대선 유세 국면에서 남부 국경을 통해 불법 입국한 이민자에 대한 망명 불허 방침과 국경 방위 지원 확대 등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수치를 보면 그간 쿠바 주민들은 압도적으로 미국행을 택해 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으로의 쿠바 신규 난민 신청 사례는 2020년 9천548건(브라질 980건), 2021년 1만2천987건(368건), 2022년 15만7천537건(브라질 5천965건), 2023년 9만9천745건(브라질 1만2천101건) 등으로 유엔난민기구는 파악했다.
특히 2022∼2023년에는 기록적인 난민 신청 서류가 들어왔는데, 이는 팬데믹과 연료탱크 폭발에 따른 전력·식량난 심화 등 영향으로 UN은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1월 20일)에 따라 더 뚜렷해지는 것으로 관찰된다.
브라질 정부에서 제공하는 '브라질 이주 현황' 데이터를 보면 올해 상반기 브라질로의 난민 신청 건수에서 쿠바(1만9천419건)가 베네수엘라(9천850건)를 10년 만에 처음으로 추월해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서류를 준비해 당국에 제출한 수치로, 서류 미비 사례를 포함한 전체 이민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브라질 당국은 추정했다.
쿠바 주민들의 브라질 내 정착지가 쿠바와 가까운 북쪽 국경 도시뿐만 아니라 경제·치안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남부 도시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질행을 택하는 섬나라 쿠바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비자 절차가 덜 복잡한 가이아나 또는 수리남을 통해 남미 대륙에 들어온 뒤 육로를 이용해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 또는 아마파에 입국하고서 새 삶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엔 쿠리치바 같은 브라질 남단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쿠바 온라인 매체들은 야구를 좋아하는 쿠바 출신 주민들이 소프트볼팀을 꾸려 기존 베네수엘라 주민들 위주의 쿠리치바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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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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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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