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결국 다시는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걸까.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꿈꾸던 델리 알리(29, 코모 1907)가 쓸쓸히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탈리아 '가제타'는 1일(한국시간) "알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코모 스쿼드에서 제외된 그는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현재 알리는 팀 동료들과 함께 마르베야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않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알리는 지난 1월 세리에 A 승격팀 코모와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18개월 계약을 맺으며 재기를 꿈꿨다. 세스크 파브레가스 감독은 "구단은 알리의 잠재력을 믿으며 그가 최고의 컨디션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의 경험과 리더십은 의심할 여지 없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알리는 약 한 달을 기다린 끝에 지난 3월 AC 밀란과 경기에 교체 투입되며 데뷔전을 치렀다. 2023년 2월 베식타스 소속으로 마지막 공식전을 치른 뒤 무려 743일 만의 복귀였다. 알리는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다시 날개를 펼치려 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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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대는 단 8분 만에 무너졌다. 알리는 종료 직전 상대 미드필더 루벤 로프터스치크의 발목을 뒤에서 위험하게 밟으면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와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카일 워커도 AC 밀란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관대한 판정을 요청했지만, 송용없었다. 게다가 항의하던 파브레가스 감독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결국 코모는 동점골을 넣지 못하고 그대로 역전패했다. 경기 후 파브레가스 감독은 "알리는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지만, 우리와 함께 일한 지 겨우 2주밖에 안 됐다. 개선할 점이 많다. 아마도 이 기회를 받을 자격이 없었을 것"이라며 "심각한 실수였다. 알리처럼 경험 많은 선수에게는 볼 수 없는 실수다. 명백한 레드카드다. 할 말이 없다. 이런 실수는 나와선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이후 알리는 완전히 경기장 위에서 실종됐다. 그는 남은 3개월 동안 코모 유니폼을 입고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벤치에는 꾸준히 앉았지만, 부상 여파와 전술적 선택 등으로 한 번도 파브레가스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다음 시즌에도 코모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알리다. 가제타는 "코모는 시즌을 훌륭히 마무리했고, 알리는 아마도 코모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존재였을 거다. 그리고 최근 이적시장이 치명적이었다. 마르틴 바투리나, 막상스 카케레 같은 젊은 재능이 합류했고, 니코 파스도 떠나지 않았다. 뤼카 다쿠냐도 알리보다 앞서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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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의 전성기를 고려하면 너무나 안타까운 몰락이다. 그는 한때 잉글랜드의 역대급 천재 미드필더로 불렸다. 과거 토트넘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손흥민, 해리 케인과 호흡을 맞추며 일명 'DESK 라인'을 구성했다. 알리는 2016-2017시즌 리그 18골 7도움을 터트리며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팀과 올해의 영플레이어를 석권했하기도 했다.
탄탄대로만 걸을 것 같았던 알리는 2018년부터 갑작스레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는 게으른 훈련 태도로 논란을 빚으며 최악의 부진에 빠졌고, 에버튼 임대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후 튀르키예 베식타스로 임대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고, 지난해 여름 다시 에버튼으로 돌아왔다.
알리의 몰락 뒤에는 어릴 적 겪은 아픔이 있었다. 그는 2023년 7월 '디 오버랩'에 출연해 "6살 때 어머니의 친구에게 성추행당했고,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이었다. 규율을 배우라며 날 아프리카로 보내기도 했다"라며 "7살에 담배를 피웠고, 8살에는 마약을 팔았다. 난 축구공 밑에 마약을 넣고 다녔다"라고 충격 고백했다.
어릴 적 트라우마는 성인이 돼서도 알리를 괴롭혔고, 수면제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재활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그는 "튀르키예에서 돌아왔을 때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그래서 정신 건강, 중독, 트라우마를 치료하고자 재활 시설에 가기로 결정했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3주 전에 치료를 마치고 나왔다"라고 밝히며 부활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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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2년이나 경기를 뛰지 못했음에도 꼭 축구선수로 복귀하겠다고 다짐했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프리미어리그 통산 194경기 51골 34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알렉스 퍼거슨 경으로부터 "폴 개스코인 이후 최고의 잉글랜드 미드필더"라고 극찬받았던 재능이다. 어린 나이에 전성기가 끝났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스탯.
부활을 다짐한 알리는 프리시즌 훈련을 통해 에버튼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길 바랐다. 에버튼도 그가 1군 훈련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알리는 고관절 부상과 348일간 자리를 비워야 했던 사타구니 근육 파열 여파 탓인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에버튼을 공식적으로 떠났고, 코모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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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이없는 퇴장으로 파브레가스 감독의 믿음을 잃은 알리. 그는 현재 1군 선수단에서도 제외된 채 로스터에 없는 코모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손흥민도 지난 4월 "알리는 정말 친한 친구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라며 "그저 그가 잘 되길 바란다. 정말 멋진 선수"라며 부활을 응원했으나 바람이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델리 알리도 이제는 선수 생활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만 29세로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나이지만, 너무 많은 고난을 겪은 끝에 빛을 잃고 말았다. 가제타는 "알리는 자신이 정말 팀에 들어갈 수 없는지 그리고 이제 '그만'이라고 말해야 할 때인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그가 씁쓸히 축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