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서울 IFC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말 속엔 10년을 한결같이 헌신해온 선수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구단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는 그의 발표는 예고된 충격이었다. 이미 MLS LAFC와의 협상이 막바지라는 현지 보도가 이어졌고, 손흥민 본인도 “어디로 간다는 얘기를 하려 온 건 아니다”라고 하면서 토트넘을 떠나서 이적한다는 것은 사실상 인정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간 173골 101도움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333경기에서 127골 27도움, 통산 득점 16위에 올라 있는 그는 EPL 100골 클럽에 이름을 올린 몇 안 되는 아시아 선수이자, 토트넘 역사상 케인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다.
무엇보다도, 손흥민은 ‘남아 있었던 선수’였다. 해리 케인이 떠난 이후에도 북런던을 지켰고,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기적 같은 순간까지 함께 했다. 케인이 만들었던 수많은 골 장면엔 손흥민의 도움이 있었다. 둘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다 합작골 기록(47골)을 세우며 시대를 대표하는 듀오로 군림했다. 2020-2021시즌에는 서로에게 14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단일 시즌 최다 골 합작 기록도 남겼다.
‘스카이스포츠’도 손흥민의 작별을 두고 “하나의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북런던에 남아 있었던 선수, 손흥민은 단순한 이적생이 아니라 팀의 상징이었다. 그의 플레이는 한 편의 예술이었고, 팬들과의 관계는 그 이상의 가치였다”고 전했다.
유력 행선지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사우디 자본의 유혹이 있었지만, 손흥민은 새 자극을 찾아 미국행을 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이 울림을 준 건, 단지 그의 다음 행선지가 아니라 ‘그가 어떤 선수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때문이었다.
사실 손흥민을 향한 사우디 리그의 관심은 뜨거웠다. 알 나스르, 알 힐랄 등 거물급 구단들은 천문학적 금액으로 접근했지만, 손흥민은 ‘축구적인 이유’를 선택했다. 무한한 연봉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력 유지와 환경 적응, 그리고 월드컵 준비에 더 적합한 무대였다.
익숙한 언어와 생활 환경, 수준 높은 인프라, 그리고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MLS인데다가 다음 북중미 월드컵 개최국인 미국은 현실적인 도전으로 가치가 있다. 손흥민이 선택한 이정표는 한마디로 ‘유종의 미’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127골, 토트넘 10년의 레전드, 유로파 우승의 주역인 채로 팀을 떠나면서 대표팀을 위한 마지막 준비에 나선 것.
이제 손흥민은 국가대표 커리어의 마지막 여정을 준비한다. MLS에서의 1~2시즌은 단순한 노후생활이 아니다. 월드컵을 향한 예열이며, 2026년 그라운드 위 마지막 함성을 위한 실전이다. 그렇기에 손흥민이 직접 이적을 택한 것에 더욱 의미가 커지는 상황.
프랭크 감독도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윙어 중 한 명이다. 지금이 최고의 타이밍”이라면서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고 뉴캐슬전 선발 출전을 예고했다. 어쩌면 이는 북런던에서의 마지막 불꽃이 될지도 모른다.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 떠난다”던 말처럼 손흥민은 이제 또 한 번 인생의 챕터를 넘긴다. 아마 북중미 월드컵은 손흥민에게 가장 중요한 무재가 될 확률이 크다. 이번엔 전성기를 지났기에 더 빛나는 여정이다. 마지막 월드컵을 위한 그의 선택은, 돈보다 꿈을 택한 ‘가장 손흥민다운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