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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취소 3년 만에…'강제징용' 양금덕 할머니, 모란장 수훈

중앙일보

2025.08.02 23:15 2025.08.0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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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광주광역시 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양금덕 할머니가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에 헌신한 양금덕 할머니에게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이 수여됐다. 윤석열 정부의 반대로 서훈이 취소된 이후 3년 만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일 “전날 광주광역시 동구 한 요양병원을 찾아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민훈장은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훈장으로, ‘모란장’은 국민훈장 다섯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양 할머니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별도의 수여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다만 양 할머니 훈장 수여를 기념하기 위해 광주시청 공무원과 시민 등 3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안창호 위원장을 대신해 모란장을 전달한 육성철 인권위 광주사무소장은 “2022년부터 추진이 보류된 모란장을 이재명 정부가 나서면서 수여하게 됐다”며 “오랜 기간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받지 못하고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이에 양 할머니는 “이 대통령 덕분에 모란장을 받게 됐다. 고맙게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지난 2일 광주광역시 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양금덕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자 병원 관계자가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뉴스1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양 할머니는 1944년 5월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 “일본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중학교에도 진학시켜준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강제 동원됐다.

양 할머니는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후 30년 동안 일제 피해자 권리 회복 운동에 힘써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대한민국 인권상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당시 외교부의 반대로 서훈이 취소됐다.

이후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을 수여하는 안건이 의결됐고, 인권위는 훈장을 수령한 즉시 양 할머니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양 할머니의 귀한 공로에 대한 예우가 적시에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늦게나마 인권을 위한 노고와 공적이 인정받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광주광역시 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가 양금덕 할머니에게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국가인권위원회광주사무소

한편 양 할머니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수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정부에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제3자 변제안은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을 대신해 한국 정부가 국내 기업 기부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비판하는 방식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정부는 이번 서훈 재개가 윤석열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는 취지라면서도 지난 정권의 대표적 역사 퇴행 사례인 강제동원 제3자 변제에 대해서는 ‘국가 관계에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이는 ‘절반의 정의’이자 필요한 것만 골라 취하는 ‘선택적 정의’”라면서 “내란 척결을 넘어 반듯한 나라를 세우자며 찬바람 무릅쓰며 매일 응원봉을 밝힌 광장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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