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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조카' 안원생 지사, 미국에 묻혀 있었다…국내 봉환 추진

중앙일보

2025.08.02 23:33 202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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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원생 지사의 묘.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말 미국 애리조사 선랜드 메모리얼파크에서 안 지사 추정 묘를 발견한 뒤 현지 문서 대조 등을 거쳐 이를 안 지사의 것으로 확정했다. 사진 국가보훈부
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원생 지사의 묘소가 43년 만에 미국에서 확인돼 정부가 유해의 국내 봉환을 추진한다. 국가보훈부는 3일 “미국 애리조나주 선랜드 메모리얼 파크에 안장된 안 지사의 묘소를 처음으로 확인했다”면서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유족 확인과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 안 지사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안 의사의 동생 안정근 지사(1987년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의 아들로, 황해도 안악에서 성장해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망명했다. 상해교통대를 졸업했으며, 중국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1925년 중국 상하이(上海) 프랑스 조계지에서 항일 전단 배포와 시위 등을 전개했고, 1933년 임시정부에서 외무부 선전위원과 선전부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중국어에 능통해 김구 선생의 비서 겸 통역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엔 영·미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외교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안 지사의 이런 공훈을 기려 그를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했다.

다만 1982년 미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안 지사의 묘소에 대한 소재지는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 12월 보훈부 관계자들이 미국 서남부 지역에서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조사 차 현지 탐문을 하는 과정에서 안 지사 추정 묘소가 애리조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보훈부는 이후 영·미의 외교 문서 등에 남아 있는 1940년대 당시 안 지사의 영문명이 ‘데이비드 안(David An)’이었던 점, 6.25 전쟁 당시 그가 미국으로 건너간 점 등을 바탕으로 미국 내 묘소의 안장자 정보를 일일이 조회했다.

그 결과 미 애리조나주의 선랜드 메모리얼 파크에 ‘데이비드 W.S. 안’이 안장됐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사망 관련 문서 등을 열람해 해당 묘소가 안 지사의 것임을 최근 확정한 것이다. 보훈부에 따르면 안 지사는 1952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뉴욕·워싱턴D. C. 등에서 거주하다가 82년 4월 애리조나주 선시티에서 영면했다.

안중근 의사 일가는 후손들이 뿔뿔이 흩어진 탓에 정부는 유족을 찾는 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안 의사의 유해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앞서 2006년, 2008년 중국 랴오닝(辽宁)성 다롄(大连)시의 뤼순 감옥 내 공동묘지 부지에서 유해 발굴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보훈부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안 의사의 유해 발굴도 재차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권오을 보훈부 장관도 “안 의사의 유해 발굴을 구체적으로 추진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보훈부는 안 지사 외에 강영승 독립지사(2016년 애국장 추서) 등 그간 소재가 불분명했던 독립 유공자의 묘소 29기를 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묘지에 안장된 송헌주 지사(1995년 독립장 추서) 등 해외 묘소 40기의 관리 상태 점검도 진행했다. 새로 발굴한 독립유공자 묘소는 후손과의 협의를 거쳐 국내 봉환이나 현지 관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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