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첨단 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본 규제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놀이’ 비판 이후 금융사의 자금이 기업 금융 등 생산적 분야에 흘러가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3일 금융위원회는 정책 펀드 등 첨단 혁신 분야에 보험사가 투자할 경우 위험계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험계수는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의 위험 정도를 측정해 정량화한 계수다. 현행 감독규정에서는 위험도가 없는 국채는 0%, 우량 회사채에는 0.2∼2.5%,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는 2.9∼12.7%의 위험계수를 적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주식(20∼49%)과 부동산 보유(20∼25%)에는 위험계수가 더 높게 잡힌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투자 자산의 손실 가능성을 우려해 위험계수 비율 이상으로 요구 자본을 쌓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험계수가 높으면 보험사는 그만큼 자본을 더 많이 준비해야 하므로 선뜻 투자를 늘리기 쉽지 않다.
금융위는 보험사가 정책 펀드 등에 투자할 경우 적용하는 위험계수를 낮추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산업 투자에 쓰이는 정책 펀드에 보험사 자금을 더 많이 보탤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보험사 정책 프로그램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참고해 구체적 규제 완화 정도와 요건 등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보험사 운용 자산은 약 1200조원으로 추산한다. 대부분 위험도가 낮은 국고채 등에 투자돼 있다. 자본 규제가 완화되면, 첨단 혁신 분야에 상당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00조원 규모의 국민 펀드에 대규모 보험사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국고채 장기물에 쏠려 있는 현재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
다만,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보험사 자금이 지나치게 위험 투자로 쏠리게 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자본 규제를 무조건 낮추지 않고, 어느 정도 안전 요건 등을 갖추려고 할 것”이라면서 “구체적 요건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서 우리도 투자 규모 등을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