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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의 마켓 나우] ‘코스피 5000’ 비전과 충돌하는 세법 개편

중앙일보

2025.08.0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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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초빙교수
지난 금요일 넉 달 가까이 순항하던 코스피가 3.9%, 코스닥이 4% 넘게 폭락했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 환율급등과 같은 여러 원인 중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악재는 정부가 제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하향,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대상 기업의 요건 강화, 최고세율 35% 적용 방침 등이 논란의 중심이다.

김지윤 기자
첫째, 정책의 효과성이 비판의 대상이다. 시장에서 가장 문제시하는 대주주 요건 하향의 경우 세수증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억 이상 주식 보유자가 ‘연말 매도 후 연초 재매입’ 방식으로 과세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 변동성의 확대 요인이 되는 데다 주가의 장기 우상향 움직임을 제약해 장기 주식투자를 가로막는다.

둘째, 정책의 일관성 문제다. 새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주식시장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상법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시한 것은 그 출발점이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가 3200을 넘어서며 2021년 6월의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세수가 부족한 데다 소득불평등도가 커지고 있는 참에 부자감세라는 비판에 직면해 이번 세제개편안이 마련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정책 신뢰를 줄이는 일이다.

셋째, 정책 우선순위 설정의 적절성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제개편이 단순히 주가의 하락 효과를 넘어 한국경제와 사회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될 수 있다. 주가가 안정 상승한다면 부동산의 대체 자산으로 자리 잡아 건전한 자산형성 및 노후대비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5%에 불과한 주식과 펀드 비중을 한층 높여 균형 잡힌 가계자산 구성도 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주가 제자리 찾기를 통한 중산층 확충이 소득불평등 개선 방안도 된다. 주식시장 관련 소득불평등도 시정 정책은 주가 수준이 일정 단계로 안정화된 이후에 시행할 수도 있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주식 시장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대거 회귀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주가가 과거 수준으로 하락하고, 부동산시장 불안이 커지며 부동산 불패론·망국론이 되살아날 수 있다. 정책에 대한 실망으로 주식시장 비관론이 퍼져 앞으로 어떤 정책을 쓴다 해도 주가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주가가 상승하며 주식시장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 조짐이 보인다. 가계자산구조 균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고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정책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모처럼의 기회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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