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김병기 ‘필향만리’] 當仁 不讓於師(당인 불양어사)

중앙일보

2025.08.03 08:10 2025.08.04 16:5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솔선수범’(率先垂範, 率=이끌 솔, 垂=베풀 수)이란 말이 있다. ‘앞서 이끌면서 모범을 보인다(베푼다)’는 뜻이다.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고, 언제 해도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는 자세가 바로 솔선수범이다.

當: 당할 당, 讓: 사양할 양, 師: 스승 사. 인을 행해야 할 때를 당해서는 스승께도 양보함이 없어야. 21x51㎝.
남에게 어짊을 베푸는 일은 당연히 그렇게 솔선수범해야 할 테지만, 솔선수범에는 수고로움이 따르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제 수고로움을 잊고서 선뜻 나서는 사람이 바로 진정으로 ‘어짊’, 즉 인(仁)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자도 “인을 행해야 할 때를 당해서는 스승께도 양보함이 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서서 행해야 한다고 했다. 스승께서 인을 행하시려는데 그 기회를 가로채서 자기 생색을 내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보는 이가 있든 없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모르게 솔선하여 인을 행하라는 뜻이다.

어쩌다 보여주기 위한 거짓 어짊을 행하면서 솔선수범하는 양 호들갑을 떠는 꼴불견들이 있다. 거짓임이 다 드러났음에도 끝까지 자기변명을 하는 뻔뻔스러움에 보는 사람이 오히려 부끄럽고 치가 떨리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그런 뻔뻔스러운 사람이 꽤나 있다. 스승께도 양보함이 없이 진실로 행하는 어짊이 넘치는 새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