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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의 혁신의 우주경제] 우주 공간 데이터센터, 중국엔 SF 아닌 현실

중앙일보

2025.08.0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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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어제의 공상과학(SF)이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얘기다. 지난 5월 14일 내몽고 지우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 2D 로켓이 불을 뿜었다. 세계 최초로 우주 데이터센터용 위성 12기가 지구 저궤도에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면서 데이터센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고민거리가 있다. 24시간 고성능 연산으로 인한 엄청난 전기에너지와 발열이 그것이다. 데이터센터의 위치로 극지방이나 해저가 거론되더니, 섭씨 영하 100도 아래까지 내려가는 지구 궤도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미국에도 우주 데이터센터용 위성을 개발하고 있는 몇 개의 벤처기업이 있지만 실제로 궤도에 올려 시험에 나선 것은 중국이 처음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구 저궤도 우주 데이터센터
발열 잡고 통신속도도 더 빨라
중국, 5월 세계 최초 구축 나서
미국도 스타트업들 도전 경쟁

탄소제로와 데이터 주권 확보
인공지능(AI) 그림 생성기 ‘달리(DALL·E)’를 이용해 그린 우주 데이터센터 위성 이미지.
‘삼체컴퓨팅군집’으로 명명된, 이 지구궤도 위성 구축 프로그램은 중국 벤처기업 ADA스페이스와 저장(浙江)연구소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위성 2800개를 우주에 띄워서, 지구에 있는 가장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 수준의 ‘엑사급 연산 능력(초당 백경 번 계산 가능)’을 가진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현재로는 탑재된 AI기술로 우주관측이나 지상관측을 효율화하고 획득한 자료를 우주에서 직접 처리하는 작은 규모의 엣지컴퓨팅(edge computing) 수준으로 보인다. 이번에 올린 개별 위성의 질량은 약 200㎏이다. 위성에 탑재된 컴퓨터는 128개의 코어를 가진 ARM 기반의 고성능 CPU를 사용하며, AI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전용 칩과 가속기 보드를 함께 사용한다. 이 장치는 초당 744조 번의 AI 계산을 처리할 수 있고, 이미 학습된 8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AI 모델도 내장되어 있다. 여러 대의 위성을 레이저(최대 속도 초당 2Gbps)로 연결해 하나의 가상 컴퓨터처럼 묶으면, 위성 12대가 합쳐서 초당 5000조 번의 계산을 할 수 있다. 현재 하루에 생성되는 1.1테라비트 분량의 원본 데이터를 380기가비트 정도로 줄여서, 기존에는 90분 걸리던 데이터 전송 시간을 12분으로 단축했다. 앞으로는 양자암호기술(QKD) 장치도 위성에 실어, 보안 통신 실험을 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중국 지우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데이터센터 인공위성이 창정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신화사=연합뉴스]
중국이 발 빠르게 데이터센터 위성을 올려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미국을 위시한 다른 나라에서도 우주 데이터센터의 상업화 가능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유럽우주청(ESA)은 2022년 말, 탄소 배출을 줄이고(탄소 제로) 유럽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우주 클라우드센터’를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하는 연구 과제인 ASCEND를 시작했다. 과제를 총괄 수주한 우주기업 탈레스 알레니아는 2024년 6월에 낸 보고서에서 ‘2030년대 초 100㎾급 정지궤도 클라우드 위성을 띄우고, 2035년 이후 메가와트급 클러스터로 확장해 유럽 클라우드 전력의 5%를 탄소 제로인 우주 데이터센터로 대체할 수 있다’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미국에서도 관련 벤처기업들의 설립이 잇따르면서 혁신적인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방안들이 발표되고 있다. 보잉과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 2022년에 설립한 스타클라우드라는 스타트업은 저궤도에 AI 모델 훈련을 위한 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위성을 올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올해 안으로 첫 번째 데모 위성 발사를, 2026년 이후 5GW 규모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추가 위성 발사와 상업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제트추진연구소(JPL) 엔지니어가 주축이 되어 2023년 설립된 소피아 스페이스도 최근 3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지상 데이터센터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지연시간 없이 빠른 계산 결과를 내려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 충분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은 현재의 위성 설계·제작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 대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열파이프와 방열판으로 이루어진 열 방출 시스템, 위성 간 레이저 통신시스템 등은 큰 노력 없이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데이터센터 위성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선 여명-황혼 태양동기궤도를 활용하면 좋을 것으로 본다. 위성이 극지방으로 너무 올라가면 인구 밀집지역의 지상국과 통신 거리가 멀어지므로 최고 위도 60도 정도인 3000~4000㎞ 고도를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기본적으로 지상 데이터센터와 밀접하게 융합되어 운용되어야 한다. 우주안테나를 구비한 다수의 대형 지상 데이터센터와 연동해서 운영해 지상과 우주에서 동시에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소규모 투자로 데이터센터 크기가 작아져도 작은 대로 클라우드 회사에 소위, 지입제로 운용되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스타링크 같은 다른 위성시스템들이 일정 규모가 되어야 운용이 가능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의 전파 전달속도는 광섬유를 통한 정보 전달 속도보다 50% 정도 더 빠르다. 예를 들어 뉴욕과 런던의 시급한 금융정보는 해저 케이블보다 대서양 상공에 떠 있는 우주 데이터센터 위성이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우리도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탄소 제로 구현, AI 계산 자원 및 데이터 주권 확보 차원으로 우주궤도에 데이터센터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우주경제도 달성하면 좋겠다.

☞여명-황혼 태양동기궤도(Sun-synchronous orbit)=인공위성이 항상 태양의 새벽과 황혼 부분을 통과하는 궤도. 위성이 지구를 돌면서 태양 빛을 항상 일정한 방향에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태양전지판의 효율을 높여준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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