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경제 지표를 근거로 관세협상의 성과를 자축했다. 3일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징수된 미국의 관세수입은 총 969억 달러(약 135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관세 수입(829억 달러)을 상회한 수치다. 특히 기본 관세가 발효된 4월부터 지난 6월까지의 누적 관세수입은 694억 달러(약 96조원)로, 전년 동기의 세 배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미국 국민에게 환급해주는 안을 언급했고, 공화당은 1인당 600달러씩 나눠주는 ‘미국 근로자 환급법’을 내놓기도 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3.0
%
(전기 대비 연율, 속보치)로 시장 전망치(2.3
%
)를 웃돌았다. 1분기 -0.5
%
역성장에서 반등하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무역 협상으로 해외의 대미 투자가 늘어난 결과로, 내년엔 GDP 성장률이 4
%
에 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S&P500 지수도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약 9.63
%
올랐다.
하지만 고용과 물가 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약 7만3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10만명 증가)를 크게 밑도는 성적이었다. 또 최근 3개월 일자리 증가는 월평균 약 3만5000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 수준으로 나타났다. 5~6월 고용 증가폭도 총 25만8000명으로 하향 수정됐다. 실업률은 4.2
%
로 전월 대비 0.1
%
포인트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통계가 조작됐다며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장을 경질하기까지 했다.
6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7
%
로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
%
를 상회했다. 지난 4월(2.3
%
)과 5월(2.4
%
)에 이어 상승 추세다. 예일대 예산연구실(TBL)은 관세 협상으로 미국 평균 유효 관세율이 올해 초 2.5
%
에서 단 7개월 만에 18.3
%
로 올라 1934년 이래 9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BL은 “관세 정책들로 단기 미국 물가 수준은 1.8
%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가구당 수입이 올해 달러 가치 기준으로 2400 달러(약 330만원) 감소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밝혔다.
호성적을 나타낸 2분기 GDP도 재고 확보를 위해 늘렸던 수입 물량이 30.3
%
급감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민간 국내 투자는 15.6
%
줄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화자찬했던 외국인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7
%
에 불과했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E) CEO는 “2분기 자동차 관세를 10억 달러 이상 납부했다”며 “앞으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락가락한 관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혼란을 주고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지난달 24일 영국과 인도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며 주요 품목의 관세를 서로 인하하기로 했다. 약 3년간 지지부진했던 협상은 미국이 고율 관세를 예고하자 속도가 붙었다. 유럽연합(EU)도 호주·캐나다·일본 등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의 구조적 협력을 제안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동맹국들이 미국을 따돌리는 데 이어, 함께 미국에 맞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