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다. 이번 계기는 전기차가 아니라, 미국발 관세다.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품목관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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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부과받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 외에, 미국 밖 생산 공장을 늘려왔던 미국 완성차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선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그동안 국가·지역별로 분산돼 있던 부품 생산·조립·판매의 공급망이 재편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이미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완성차 업체들이 많이 쓰는 중국산 부품에 최대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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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경유 시)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에 관세로 인한 타격이 11억 달러(약 1조5200억원)에 달했다며 3분기에는 손실분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엔 크라이슬러·지프·피아트 등을 보유한 미국 스텔란티스가 자동차와 그 부품에 대한 관세로 지금까지 3억5200만 달러(약 486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FT는 트럼프의 공격적인 무역정책에 따라 미국 완성차 업체의 피해는 앞으로 더 커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가 완성차 공급망의 혼란, 차량 가격 상승, 소비자 부담 증가, 미국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 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그동안 멕시코를 생산 기지로 쓰던 GM, 포드, 스텔레티스 등은 미국 생산공장을 현대화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등 미국으로 회귀 중이다. 일본 토요타 역시 멕시코와 캐나다에 있는 엔진과 파워트레인 설비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도 바빠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31일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한국의 디자인·엔지니어링·생산 부문과 미국의 생산시설 간 원활한 협업을 유지하겠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소비자 선호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하이브리드차 등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라인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아반떼·K5 등 일부 세단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업체들은 유럽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 전략을 다변화해 미국 수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