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주 40시간 근로 시대, 주휴수당 확대 아닌 폐지가 바람직

중앙일보

2025.08.03 08:2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초단기 근로자 주휴수당 지급 의무화 추진 논란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
이재명 정부가 현재 적용 대상이 아닌 초단기 근로자(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 지급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추진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후보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노동시장 분절이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을 모든 근로자에 지급해 분절을 해소하려는 식의 노동시장 문제 대처 방식은 일자리 정부를 지향했지만 고용 참사를 가져왔고 ‘을 대 을의 전쟁’을 촉발했던 문재인 정부의 시급 기준 ‘최저임금 1만원 정책’처럼 의도치 않았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17년(2018년도 적용)과 2018년(2019년도 적용) 두 해에 걸쳐 최저임금이 30%가량 오르며 급격한 인상에 대한 우려로 당시 최저임금제도 개편 논의가 불거졌다. 각종 수당이 많은 우리나라 임금 체계의 특성상 연봉 6000만원이 넘는 수만 명의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고, 최저임금이 오히려 임금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오자 정부는 노동계의 반대에도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2018년 6월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자영업자 부담 키운 주휴수당
‘쪼개기 고용’에 근로자도 피해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 확대 시
인건비 줄이려 해고 늘어날 듯

지급 여부 노사가 결정하도록
임금 체계 유연하게 개편해야

당시 정부는 법 개정에 따라 2018년 말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이때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월 근로 시간을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실제로 일하는 월 소정근로시간인 174시간(주 40시간×(365일/7일)/12개월)으로 할지 아니면 통상임금의 산정 기준시간인 유급 주휴 8시간을 포함한 209시간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차준홍 기자
정부는 개정한 최저임금법에 따라 시간급 최저임금액을 월 단위로 환산할 때 적용할 월 근로시간을 주휴시간을 포함한 209시간임을 명확히 했다. 209시간은 208.56시간(=유급 시간을 포함한 48시간×한 달 평균 4.345주)을 반올림한 수치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이 바로 주휴수당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휴수당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소정근로일(사용자와 근로자가 사전에 합의한 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데, 1일 소정근로시간에 시급을 곱해 계산한다. 주5일 8시간 근무제는 8시간, 주5일 4시간 근무제는 4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이 된다.

월급제 근로자, 주휴수당 영향 없어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급을 산정해 왔던 월급제 근로자는 시행령 개정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휴수당을 인지조차 못 한 채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해 왔던 대부분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미친 충격은 컸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주휴수당까지 지급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며 상당수의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월 인건비 부담은 최대 40만원 이상 늘었다.

차준홍 기자
주휴수당 지급 의무를 몰라서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소상공인 입장에서 2019년 실질적인 최저임금 상승액은 최대 2500원(전년 대비 33.2% 상승)이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에서 8350원으로 820원(10.9%) 올랐고, 월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소정근로시간이 17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35시간 늘면서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30원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임금 채권의 소멸 시효는 3년이기 때문에 고용했던 근로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과거에 지급하지 않았던 주휴수당을 소급해 지급해야 했다.

주휴수당에 대한 비판은 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9년 한국의 최저임금 8350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국민총소득(1인당 GNI) 대비 7위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위라는 분석을 내놨다.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은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일본도 1990년대에 폐지한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연착륙 방안을 논의하자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공론화를 시도했지만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소상공인 단체도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했다.

주휴수당 의무 지급에 ‘알바 난민’ 급증
주휴수당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자 소상공인은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아래로 줄이는 ‘쪼개기 고용’으로 대처했다. 직격탄을 맞은 건 고용 취약계층이다. 추경호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낸 ‘취업 특성별 주업시간 기준 주당 취업시간 현황(2016~2019년 1~4월 평균)’에 따르면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 주당 취업 시간은 각각 5.9%, 5.5% 줄었다. 아르바이트에 의존하는 10대는 ‘알바 난민’이 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청년층, 특히 만 19세 이하 취업시간은 2017년 대비 2018년에는 2.0% 증가했지만 2019년에는 14.3% 감소했다.

차준홍 기자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고용의 여파로 초단기 근로자 수는 급증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월에 전년 대비 9만9000명이 증가하며 처음으로 100만명이 넘었던 초단기 근로자 수는 시행령이 개정된 2019년 4월에는 1년 전보다 24만3000명 늘며 증가율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1.1%) 이후 가장 높은 23.4%를 기록했다.

소상공인의 ‘쪼개기 고용’ 실태는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 17시간 이하 일하는 근로자 비중은 2018년 5.8%였으나 주휴수당이 알려지기 시작한 2019년 6.9%로 1%포인트 이상 올라갔고 2020년 7.3%, 2021년 8.0%, 2022년 8.2%, 2023년 8.1%, 2024년 8.9%로 곧 9%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쪼개기 고용’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의 일도 힘들어졌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65만 1000명에서 2019년에는 153만8000명으로 10만명 이상 줄었다. 2020년(137만2000명)과 2021년(130만7000명) 계속 줄다가 2022년(136만5000명)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2024년 143만2000명으로 2018년보다 적다.

비임금 근로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도 2018년 59.2%에서 2019년 60.9%로 높아진 뒤 2024년 64.7%다.

초단기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 현재 주 15시간 밑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 상당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들을 해고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는 줄고 종업원 없는 소상공인 증가 추세가 가속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용 취약계층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미국 등 G7, 주휴수당 지급하지 않아
주휴수당 제도가 있는 나라는 소수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 중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나라는 없다.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등 8개국만이 주휴수당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주휴수당 제도가 있는 대부분 나라는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거나 벤치마킹할 대상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1953년에는 주6일 근무가 일반화됐던 만큼 주당 평균 하루는 휴일로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쉬지 못한다면 유급 수당이라도 준다는 취지에서 주휴수당이 유급화됐다. 그러나 근로자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0시간 이하로 떨어진(2024년 37.7시간) 지금은 의무 지급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을과 을의 대립’을 부추겨 고용 취약계층이 일자리 난민이 되고,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의 부담도 커지는 최악의 상황이 이재명 정부에서도 반복될 개연성이 크다.

역산해 주휴수당이 월급에 포함된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주휴수당을 폐지해도 월급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주휴수당을 받는 시급제 근로자의 경우에도 임금의 하방 경직성으로 인해 계속 주휴수당을 받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고용 계약 하에 근로자와 사용자가 협의해 주휴수당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과 코로나 팬데믹 등을 거치며 자영업자 수가 줄고 취업자 내에서 비중도 줄었지만, 여전히 자영업자의 비중은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족종사자를 포함하는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023년 23.5%(가족종사자 제외 시 2024년 19.8%)로 OECD 회원국 중 7번째로, 회원국 평균보다 상당히 높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74년생, 954만명) 상당수가 생계유지 등을 위해 자영업으로 진입하면서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수가 2015년 142만명에서 2032년 248만명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주휴수당 개선해 최저임금 보완해야
사업을 접는 숫자도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를 한 개인 혹은 법인 사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폐업 사업자가 100만명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휴수당 지급 대상 확대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주휴수당 제도의 개선이 이뤄진다면 업종별 차등화한 최저임금 제도로 가기 전에 최저임금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제도의 틀로도 작동할 수 있다.

또한 주5일 개근을 독려하는 취지로 도입된 주휴수당 확대 논란과 주 4.5일제 논란은 굴뚝 공장시대의 월급제에 맞춰져 있는 임금 체계를 인공지능(AI)시대에 부합하는 형태로 바꿔야 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재택근무 등 다양한 근로 형태가 확산하는 추세에 맞춰 임금 체계도 보다 유연하게 개편돼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