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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거들었다…미국 청바지 광고 ‘백인 우월주의’ 논란

중앙일보

2025.08.0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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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시드니 스위니가 출연한 미국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의 청바지 광고 속 한 장면. 벽에 쓰인 문구의 ‘Genes’를 두고 미국 진보 진영에선 우생학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보수층에선 과잉 해석이라고 반박 중이다. [사진 아메리칸 이글 유튜브 캡처]
“시드니 스위니는 멋진 청바지를 갖고 있다(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

할리우드 배우 시드니 스위니(27)가 출연한 미국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의 청바지 광고에 미국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광고는 발음이 비슷한 ‘jeans(청바지)’와 ‘genes(유전자)’라는 언어 유희를 활용했다. 영상에는 스위니가 청바지를 입는 모습과 함께 “청바지는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 “때때로 머리색, 눈동자 색, 성격까지 결정한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마지막 장면은 스위니의 파란 눈이 클로즈업되며 “내 청바지는 파란색이다”라는 문구로 끝난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스위니가 벽에 쓰인 “Great Genes”라는 문구에서 ‘Genes’에 줄을 긋고 ‘Jeans’라고 덧쓰는 장면이 등장한다.

AP통신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생학에 대한 암시로 보인다”고 짚었다. 우생학은 특정 유전 형질에 따라 인간을 선별해 개량하려는 이론이다. 마커스 콜린스 미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광고에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나와서 ‘유전자’에 대한 말장난을 했다면 비난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무지했거나 게을렀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에 “나쁜 유전자들”이라고 한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유튜브에 공개된 광고 영상은 10일 만에 조회 수 400만회를 넘기고 댓글 1만1000여개가 달렸다. 광고가 인종 차별적인지 아닌지를 논쟁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청바지 광고에 대한 질문에 버드라이트 맥주 광고 사례를 언급하며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자 가장 실패한 광고”라고 강조했다.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가 버드라이트를 협찬받자 보수층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했다. 스위니 광고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정치적 올바름’(PC)에 경도된 광고를 비판하며 간접적으로 입장을 낸 셈이다.

보수층에선 이번 논란이 PC주의에서 비롯된 과잉 반응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특히 스위니가 공화당원으로 등록돼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스위니를 보호하자는 분위기가 커졌다. 메긴 켈리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엑스(X)에서 “좌파의 과잉반응으로 오히려 아름다운 금발 여성에게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스티븐 청 공보국장 역시 “청바지 광고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읽어낸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보여준다”며 “이런 터무니없는 공격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J D 밴스 부통령도 “민주당이 시드니 스위니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나치로 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보수 진영이 문화 논쟁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의류 업계는 미국을 문화 논쟁의 한가운데로 몰아 넣은 아메리칸 이글을 최종 승자로 보고 있다. 아메리칸 이글은 지난 2~4월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5% 감소하며 부진에 시달렸지만, 스위니를 모델로 발표한 후 주가가 4% 이상 상승했다.





장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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