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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보다 강성 당원만 바라보는 여당 대표 정청래

중앙일보

2025.08.03 08:30 2025.08.0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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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과 대화 거부 선언, 극도의 갈등·분열 유발



‘통합 대통령’되겠다던 이 대통령 취임사 무색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초강경 노선으로 여야 극한 충돌을 예고했다. 지난 2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정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해야 한다”며 “당이 앞장서서 내란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을 파괴하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경선 기간에 자신이 주장했던 ‘국힘의힘 위헌정당 해산’에 대해서도 “내란 특검을 통해 윤석열 내란 수괴 피의자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의 내란 동조 세력과 내란 방조자, 내란 협력자들이 있다는 게 밝혀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대 민주당 대표 중에 강성이란 평가를 받은 인사들이 꽤 있었으나 야당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은 여태껏 없었다. 정 대표는 국회를 민주당 1당 체제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명백히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다. 당장 당의 강성 당원들로부터야 박수를 받겠지만, 장기적으론 극도의 정치 갈등과 사회 분열을 유발해 국가적으로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야당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정 대표의 입장은 이 대통령의 취임사 정신을 완전히 무색하게 만든다. 대체 어느 쪽이 여권의 진심인가.

민주당은 2020년 총선 압승 뒤 21대 국회에서 32년 만에 처음으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며 절대 권력을 누렸다. 하지만 민주당의 끝없는 독주는 민심의 반발을 야기했고, 결국 2년 만에 정권이 바뀌는 원인이 됐다. 정 대표는 당시의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운 게 없나. 심지어 정 대표는 당선 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강선우 의원을 향해 “제가 강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 힘내시라”는 글도 올렸다. 강 의원의 ‘갑질’에 상처받은 당 보좌진과 분노한 민심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여당이 이러니 야당에서도 “당대표가 되면 범죄자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재개 투쟁을 전개하겠다”(김문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는 극단적 주장이 나온다. 암담한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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