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3일 잠실구장 9회와 10회. 두산 베어스 올해 9위에서 허덕이고 있는 이유가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 뼈아픈 2-3 역전패를 당했다.
후반기 두산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슈퍼루키 최민석이 6이닝 4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84구 역투를 선보였다. 7월 23일 한화 이글스, 29일 KIA 타이거즈를 연달아 물리친 기세를 이어 완벽에 가까운 시즌 4번째 퀄리티스타트를 해냈다.
타선도 오프너 최민준을 필두로 불펜데이를 펼친 SSG 상대로 2점을 뽑아냈다. 1회말과 2회말 1사 1, 2루 찬스가 아쉽게 무산됐지만, 3회말 2사 후 양의지의 좌전안타와 상대 폭투로 맞이한 득점권 기회에서 김재환이 1타점 선제 적시타를 쳤고, 6회말 선두타자 박준순의 좌전안타와 2루 도루에 이어 박계범이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리며 격차를 벌렸다.
불펜진은 선발 최민석이 내려간 뒤 7회초 이영하가 올라와 1이닝 무실점을 책임졌고, 8회초 고효준과 최원준이 1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고효준은 최원준에게 바통을 넘기면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한 두산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를 건넸다. 그 정도로 두산의 분위기가 좋았고, 경기 주도권도 두산이 쥐고 있었다.
두산은 2-0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 김택연을 올렸다. 김택연은 2일 SSG를 만나 1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완벽투로 세이브를 올렸던 터. 조성환 감독대행은 3일 경기에 앞서 “어제 김택연의 공이 너무 좋았다.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한 게 선수가 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 등판이 더 기대되는 공이었다”라고 극찬했다.
두산 전다민 / OSEN DB
그러나 오늘의 김택연은 어제의 김택연이 아니었다. 등판과 함께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안상현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후속타자 박성한마저 볼넷 출루시키며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정준재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최정, 길레르모 에레디아 상대 연속 적시타를 허용, 뼈아픈 2-2 동점을 내줬다.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루키 최민석의 승리가 날아간 순간이었다.
김택연은 박신지에게 바통을 넘기고 씁쓸하게 경기를 마쳤다. 시즌 7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김진성(LG 트윈스)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한정하면 김택연이 단독 1위다.
두산은 9회초 위기를 잘 수습한 박신지를 10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박신지는 한층 정교해진 제구력으로 선두타자 대타 하재훈을 포수 파울플라이, 이지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막고 빠르게 아웃카운트 2개를 늘렸다. 이어 박성한에게도 좌익수 방면 뜬공 타구를 유도했으나 2년차 백업 외야수 전다민이 타구 판단 미스를 범하며 포구에 실패하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그 사이 발 빠른 박성한이 1루와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했고, 박신지는 2사 3루에서 정준재 상대 1타점 역전 적시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