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 소방관. 그들이 119 구급차를 몰며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시리즈를 연재하는 백경 소방관은 구급대원으로 9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출동 현장에서 너무 많은 죽음을 보아서일까요. 그는 매일 유서를 쓰고 잠이 듭니다. 그가 매일 마주하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의 이야기. 자세한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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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가족과 바다를 찾았다.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은 5월 말부터
바다, 바다 노래를 불렀다.
사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따로 있다.
바다 근처에 유명한 관광수산시장이다.
부침개가 지글거리는 소리,
대게가 찜통에서 익어가며 내뿜는 열기,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혹하게 하는 건 냄새.
그냥 먹어도 맛있는 해산물이 기름통에서
한 번 튀겨지는 동안 더 맛있어지는 냄새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수많은 인파 속에서 고개를
하늘로 들어 코를 벌름거렸다.
그렇게 냄새를 맡았다.
아이들이 흥흥흥 콧노래를 부르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 요새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음식을 파네? "
" 그러게, 여기가 한국이야 베트남이야. "
" 인도? 파키스탄? "
" 몰라. 죄 비슷하게 생겨서. "
뭐가 즐거운지 깔깔깔 웃는 소리에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비지땀을 흘리며 밀가루 옷을 입힌 새우를
기름통에 던져 넣던 청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러나 곧 평정심을 되찾은 듯
웃는 낯으로 변했다. 입을 열었다.
“싸장님, 오징어 튀김도 잡솨봐.”
# “손가락 갖고 있어요?” “손꾸락 업써요”
기계에 손가락이 잘렸다는 신고.
지령 주소지는 시내 유명한 갈빗집이었다.
출동 중에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고자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외국에서 왔는지 한국말이 서툴렀다..
" 손가락 가지고 계세요? "
" 손꾸락 업써요. 못 찾아요. "
" 그게 있어야 붙일 수 있어요. 저희 도착하기 전까지 찾아보세요. "
아직 저녁 장사를 시작하기 전이라
홀은 어둡고 주방 쪽만 불이 밝았다.
피부색이 어둡고 이목구비가 큰 청년이
분홍색 행주로 오른손을 감싸 쥐고 주저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