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계 '조작'을 주장하며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경질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데이터의 신뢰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제 실상 판단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는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7만3천명 증가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다.
또한 5월 일자리 증가 폭을 종전 14만4천명에서 1만9천명으로, 6월 증가 폭을 14만7천명에서 1만4천명으로 대폭 조정했다. 5∼7월 월평균 증가 폭(3만5천명)이 지난해 월평균(16만8천명)보다 현저히 낮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견조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노동 시장이 이미 약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연준은 지난달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노동 시장은 견조하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다소 높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9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으며 9월 회의를 앞두고 우리가 얻는 모든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며 9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신호를 발신하는 것도 피했다.
고용 '쇼크' 이후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FOMC 회의에서 25bp(1bp=0.01%p)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확률은 89%로 1주일 전(62%)보다 급등했다.
자산운용사 마뉴라이프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츠의 공동 투자책임자 매튜 미스킨은 "경제 지표 악화로 인해 연준의 임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번 조정은 엄청나서 연준의 반응에 진정한 게임체인저다. 이번(9월) 회의는 그들이 (금리정책을) 수정하고 싶어 할 회의라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늘의 고용 수치는 공화당과 나를 나쁘게 보이려고 조작됐다(rigged)"고 주장하고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부 노동통계국장을 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문사 폴리오비욘드의 최고 투자전략가 딘 스미스는 "이것은 명백히 메신저를 쏘는 경우"라며 "노동통계국장을 해임한다고 해서 데이터 수집과 배포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올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통계국은 "월별 수정은 추정치를 발표한 이후 기업과 정부 기관으로부터 추가 보고서를 받고 계절 요인을 다시 계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만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심플리파이 애셋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이클 그린은 "미국 정부가 부적절한 고용 계산 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나쁜 정책을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톨루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 스펜서 하키미안은 여러 정부 부처들에서 진행된 감원 때문에 정부 지표들보다 대안 지표들에 더 의존하게 됐다고 했다.
재누스 핸더슨 인베스터스의 멀티애셋 글로벌 책임자 애덤 헷츠는 "만약 그 수치들이 한두 달 전에 발표됐다면 여름 내내 노동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성향) 인사로 꼽히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조기 사임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어려운 관계 속에서 분열된 연준 이사회 지도부 승계 과정을 더욱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무설계·자문 회사인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쿠글러의 사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FOMC를 더욱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형성할 수 있게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