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미식 협상' 질린 美·이…'모 아니면 도' 타결로 입장 선회
美특사 "트럼프, 인질 한꺼번에 석방 원해"…네타냐후 "하마스, 합의 불원"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과 연계한 단계적인 휴전 협상 대신 '모 아니면 도'식으로 협상에 대한 접근법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전날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생존 인질을 한꺼번에 석방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조각난 방식의 거래는 효과가 없다"며 "이제 이 협상을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현재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을 조금씩 석방하는 살라미식 협상 전략을 고수하고 있지만 더 이상 이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에 제시할 최후통첩 내용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남은 인질들을 모두 석방하고, 무장 해제에도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게 NYT의 전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포괄적 타결 방식을 추진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협상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난 1월에도 6주간 전쟁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이스라엘 군인 석방과 영구 휴전 등 2·3단계 논의를 시작한다는 단계적 휴전에 합의했지만, 연장에 실패했다.
3단계로 진행되는 복잡한 휴전 단계를 이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상호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스라엘은 최근에도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을 통해 하마스와 가자지구에서 60일간의 휴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절차에 대한 하마스의 통제권 행사와 함께 라파 검문소 개방,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미국 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 통한 구호품 배급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가 됐다.
이후 하마스는 갈비뼈 윤곽이 보일 정도로 앙상한 생존 인질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인질 약 50명을 억류 중이다. 이 중 최소 20명은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게 이스라엘의 추정이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테러 당시 250명 이상의 인질을 납치했다.
다만 이스라엘에서도 하마스가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마스가 유일한 협상 카드인 인질을 석방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하마스는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며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를 제거해 가자지구가 더 이상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마스는 전날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되지 않는 한 무장해제는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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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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